반도체 수출금액 두 자릿 수 하락세 지속…물량은 개선
지난달 수출물량은 소폭 회복됐지만 수출금액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도체의 수출금액이 여전히 두 자릿 수의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수출대금으로 얼마나 수입할 수 있을지를 보여는 교역조건은 17개월 연속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9년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13.83으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가 오른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4.3%), 기계및장비(4.6%), 화학제품(6.0%), 운송장비(5.6%) 등에서 수출물량이 증가했다. 컴퓨터, 전기및광학기기 중 반도체가 포함된 집적회로의 수출물량은 31.1% 늘었다. 전월(18.9%)에 비해서도 증가폭을 키운 것이다. 갤럭시S10을 포함한 스마트폰 신제품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운송장비와 화학제품의 경우 각각 승용차와 플랜트 모듈의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제1차금속제품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철강수입 규제로 3.0% 하락했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김동환 기자
반면 수출금액지수는 113.52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의 수출물량은 늘어난 반면 수출금액은 계속 떨어져 전체 수출금액지수를 끌어내렸다.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11.8%) 중 집적회로의 경우 수출금액지수가 12.7% 내렸다. 다만 하락폭은 전월(15.2%)대비 줄었다. 이외에 제1차금속제품(-6.7%), 화학제품(-2.7%) 등의 수출금액도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의 수출물량이 늘었음에도 수출금액이 하락한데는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수입물량지수(114.15)도 지난해 4월 대비 1.6% 올라 6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기계및장비(-17.5%)는 내렸지만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12.6%), 제1차금속제품(11.1%) 등이 오른 영향이다.
수입금액지수(126.80) 역시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8.2%), 제1차금속제품(8.1%) 등이 상승한 영향으로 넉 달 만에 올랐다.
수출금액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교역조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1.96으로 1년 전보다 6.4% 내렸다. 순상품교역 조건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1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2012년에 걸쳐 35개월 연속 하락했던 이후 최장기간이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04.68로 4.2% 내렸다. 수출물량지수가 늘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6개월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