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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진 기자 ]
서울 집값이 바닥을 지난 걸까. 올해 내리 떨어지던 서울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국민은행과 부동산114 등 민간 시장조사기관에 이어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하락세가 멈췄다.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이던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베스트 부동산 전문가 4인으로부터 하반기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아파트 값은 안떨어진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강세론자다. 상반기 내내 서울 집값이 내리막을 걸을 때도 상승론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전망대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상승 혹은 보합으로 돌아섰다. 이 연구위원이 하반기 집값 강세를 내다보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입주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지역들이 있다는 점이다. 신안산선과 동북선 등 굵직한 교통 호재와 내년까지 풀릴 40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도 호재로 꼽았다. 재건축 규제를 피해 리모델링을 택하는 단지들이 늘어나는 데다 상위 가구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그가 집값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다.
그는 반등세가 하반기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후분양 단지가 늘어난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 수요가 매매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집값 자극 요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1주택자들이 상급지로 둥지를 옮기는 ‘갈아타기’가 강남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영향이란 게 이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유명 부동산 컨설턴트인 문관식 씨(필명 ‘아기곰’)는 상반기 약세의 원인을 다른 전문가들과 다르게 진단하고 있다. 문씨는 “규제 때문에 매매가격이 떨어졌다면 반대로 전세가격은 올라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떨어졌다”면서 “예년보다 많았던 공급이 그동안 이어진 약세장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을 이사철을 전후로 아파트값 반등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시장 심리가 회복되면서 거래량도 늘고 있어서다. 문씨는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지만 3월 83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 97까지 올랐다”면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한다면 가을이 되기 전에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CSI는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심리지수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사람이, 100을 웃돌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는 “아직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시점에 집을 구해야 저렴한 매물을 잡기 쉽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집값 더 떨어진다”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는 진영의 논리도 탄탄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지난해 ‘9·13 대책’ 직후부터 아파트값 약세를 전망해 온 인물이다. 그의 예상대로 지난 8개월 동안 집값이 내리 떨어졌다. 채 연구위원은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추가 매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에겐 부동산이 가장 불리한 투자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9·13 대책 이후부턴 세금 혜택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최고 70%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받으려면 종전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 외에도 공시가격 6억원 이하(서울·수도권 기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채 연구위원은 집값 바닥이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실거래가 9억원 이상의 고가 1주택에 대한 장특공제 요건이 강화되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채 연구위원은 “거주하지 못했던 집(보유기간 10년)을 판다면 올해 공제율은 80%지만 내년엔 20%로 줄어든다”며 “이 같은 비거주 1주택 매물들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에 나온다면 내년보다 올해의 조정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하반기 서울 집값이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크게 오르기도 어렵고 크게 내리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부 단지의 산발적인 최고가 거래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원은 “거래량이 예년 대비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일부 대형 면적대가 최고가로 거래된 것”이라며 “거래량은 전월 대비로 봤을 때 기저효과로 거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 시장 반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반전이 아닌 이유로 꼽았다. 조 연구원은 “지난달 예금은행의 주담대 증가량은 전월 5%대에서 4%대로 낮아졌다”며 “이 정도 비율일 때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사례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가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것을 강하게 막고 있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집값 떨어지길 기다리면 집 못산다”
전문가들의 하반기 전망은 엇갈리지만 대체로 올 하반기가 바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내년 추가 하락이 이어지더라도 올해보단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가격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문씨는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은 대개 바닥을 노리다 적기에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2021년부턴 입주물량이 역사적인 평균치를 밑돌 예정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조 연구원 역시 입주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연구원은 “2021년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 가구대로 줄어든다”며 “올해 낙폭이 과대되지 않은 건 이 같은 장기적 흐름을 읽은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비사업 대상 단지가 늘어나는 2020년대 중반 이후론 가격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채 연구위원은 “리모델링 대수선 방식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재건축 연한이 다가오고 있다”며 “현재 강남 재건축 시장처럼 무조건 뒤로 미루는 식에 그친다면 가격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향후 이 물량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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