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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류에 대한 과세를 맥주부터 종량세(술의 양이나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바꾸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캔맥주와 수제맥주는 싸지지만 생맥주는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저가 수입맥주는 가격이 일부 상승할 수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4캔에 1만원’ 이벤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코올 도수 21도가 넘어서는 희석식 소주는 1도 1ℓ당 세금을 추가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조만간 확정된 주세 개편안을 발표한다.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3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은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한국은 50년 동안 모든 술에 대해 종가세 체제로 세금을 부과해 왔다.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주류의 가격 인상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량세 개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맥주의 경우 현행 국산맥주는 856원, 수입맥주는 764.52원 매겨지는 ℓ당 납부세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 경우 국산맥주의 ℓ당 주세납부세액은 1.8% 감소한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ℓ당 납부세액은 513.70원에서 442.39원으로 13.88% 줄어든다. 수제맥주의 경우 그만큼 가격인하 효과가 생긴다는 의미다.

용기별로 효과가 다른데 캔맥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캔맥주는 ℓ당 부과되는 세금이 324.37원 줄어 현행보다 28.94% 세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생맥주는 323.16원(62.45%) 증가해 가격인상 요인이 커진다. 병은 26.05원, 페트도 38.13원 세금이 올라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다만 생맥주는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가격인상을 막는 방법이 권고됐다.

수입맥주의 경우 고가맥주의 세부담은 줄고 저가맥주의 부담은 증가한다. 홍범교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저가맥주의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있지만 현재의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 브랜드와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가격인상요인이 상쇄된다는 것이다.

탁주업계에는 현행 주세납부세액 수준인 ℓ당 40.44원으로 종량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탁주업계는 기존에도 세금부담이 낮아 종량세로 전환하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오히려 종량세로 전환되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아 국내산 쌀 등 고급 원료를 사용한 고급 제품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류주의 경우 희석식 소주는 세부담 변동이 없다. 알코올 도수 21도가 넘는 증류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보드카, 리큐어 등은 오히려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홍 실장은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은 알코올 함량이지 주류의 가격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는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맥주와 탁주는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시행시기를 두고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점진적으로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맥주업계는 지난 반년 새 종량세 개정이 3번이나 결렬됐기 때문에 실제 법개정 작업이 착수되기 전까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될지 또는 추가 연기될지, 기획재정부 일정이 이번 공청회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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