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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때리자…LG전자·SK텔 화색

 
외국인이 이달 LG전자와 SK텔레콤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스마트폰·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서 두 종목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적자를 줄여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외국인은 LG전자 주식 11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중 2거래일(10일·14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 덕분에 이달 LG전자 주가는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라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약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LG전자 입장에서 화웨이가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직접적인 호재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화웨이의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6%로, 삼성전자(31%)에 이어 2위다. LG전자는 1%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다음달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에서 5세대(G) 스마트폰을 판매할 예정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LG전자가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하반기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제로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한다면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6년 1조2602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각종 비용 절감으로 적자폭을 줄이며 2017년 7368억원까지 낮아졌으나 작년에 7890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LG전자가 화웨이 점유율을 뺏어오고 최근 진행 중인 비용 절감 노력이 효과를 거두면 스마트폰 사업 적자 규모는 다시 줄어들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안에 평택 등 국내 스마트폰 생산단지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에서만 스마트폰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8158억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던 작년(2조7033억원)보다 4.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LG전자에 이어 SK텔레콤을 106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국내 통신 3사 중 SK텔레콤이 5G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5G 전국망 기지국 수는 SK텔레콤이 3만5000개로 가장 많아 투자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특히 대항마인 LG유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했는데 최악의 경우 이를 교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 투자 경쟁에서 앞서 있는 SK텔레콤을 외국인이 미리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SK텔레콤 영업이익은 1조3044억원으로 작년(1조2018억원)보다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불안에…정유3사 시총 3조 증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 시가총액이 이달 3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유사 실적을 상징하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선박유 규제로 올 하반기로 갈수록 정유사들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주가는 각각 11%, 11.8% 하락했다. GS 주가 역시 5% 떨어졌다. GS 실적에는 비상장 자회사이자 국내 2위 정유사 GS칼텍스 실적이 연결로 반영된다. 이에 따라 이달 SK이노베이션 시총은 1조8493억원, 에쓰오일은 1조2272억원, GS는 241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3사 시총 감소분은 3조3181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정유 3사 주가가 이달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 때문이다. 국제 유가(WTI 기준)는 이달 평균 배럴당 60.8달러에 머물러 있다. 올해 들어 반등하고 있지만 작년 5월 평균(69.5달러)보다 12.6%나 낮은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면서 정제마진 역시 부진하다. 국내 정유사 해당 시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5월 셋째주(20~24일) 평균 배럴당 2.8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수입 비용, 설비·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값이다. 국내 정유사는 정제마진이 4달러를 넘어야 이익이 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예상에 수요가 둔화하면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3사의 올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516억원)보다 33.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 영업이익 역시 32.9% 감소한 270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GS 영업이익은 GS칼텍스를 제외한 다른 발전 자회사의 실적 선방으로 같은 기간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정유 3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IMO 2020'으로 대표되는 선박유 관련 규제가 경유를 중심으로 정유사 정제마진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IMO 2020은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용 연료유에 대해 황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한 규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로 인해 해운사들이 저유황 선박유 구매를 대거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선박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설비를 추가하는 대규모 투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원을 들여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대규모 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경유 시장 점유율은 SK이노베이션이 32%로 가장 높다.

박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를 대비해 공격적 투자를 해온 SK이노베이션은 내년 IMO 2020 시행을 전후로 정제마진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일호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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