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택시기사가 여성승객을 상대로 한 성희롱 발언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대구를 깐다, 대구 대나무숲’에는 택시 안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택시에 탑승한 여성 승객이 17일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을 살펴보면 택시기사는 A(16)양에게 “내가 몇 살 같아 보이느냐”고 묻더니 대뜸 성관계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어 “결혼하지 말고, 엔조이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며 점점 대화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외에도 “네발 달린 짐승 중 성관계를 가장 빨리하는 게 뭔지 아냐?” “자꾸 하다 보면 경험이 생겨 시간도 오래 가고 재밌다”는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당시 영상을 촬영했던 A양은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20여 분 동안 택시 기사의 노골적인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다. A양은 “성관계 얘기를 처음에 꺼내더니 몇 분 뒤 나보고 처녀막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며 “너무 놀라서 대답도 못 했다”고 밝혔다.
A양은 “친구에게 혹시 연락이 없으면 나를 찾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려 휴대전화를 만지자 택시 기사의 표정이 돌변하며 왜 전화기를 보냐고 다그쳤다”고 털어놨다. 이어 “너무 무서웠지만 달리는 차 안이라 내리지 못할까봐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A양는 현재 해당 택시 기사를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그는 “2차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제보했다”며 “처음에는 무서워서 신고도 안 하려고 했는데 또 이런 이야기를 듣는 승객이 있으면 안 되니까 신고했다. 다들 조심하길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A양이 올린 영상은 20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000회 이상 공유되고 24만회 이상 조회됐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최원진 활동가는 “택시는 20~30대 여성이 중년 남성과 1대 1로 독대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인 만큼 우리 사회가 젊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산콜센터 등에 신고해도 범칙금에 그쳐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를 통한 기사들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성폭력을 가한 기사가 특정된다면 교육을 하거나 행정 제재를 할 것”이라며 “법인택시의 경우 회사 차원의 불이익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면 신속하게 달구벌콜센터나 관련 부서에 신고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