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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짐쿨 조회 수: 114 PC모드
소료왕국(塑料王國). ‘소료’는 중국어로 플라스틱을 뜻한다. 영어로는 ‘플라스틱 차이나’. 왕주량(王久良) 감독이 연출해 2016년 선보인 중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폐플라스틱 처리 공장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얘기다. 거대한 쓰레기 산 옆에서 이들은 플라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지독한 연기와 액체를 먹고 마시고 잠을 잔다. 그리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린다. 중국인도 몰랐던 중국의 현실이다. 영화는 개봉과 함께 중국 전역에 충격을 가져다줬다.
‘더는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는 이렇게 선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폐종이 같은 폐자재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영화는 중국 내 환경운동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으로부터의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는 중국 내 사회운동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이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은 세계의 재활용 수거통 역할을 했다”며 “2016년 미국은 폐플라스틱·비닐을 포함해 폐종이, 고철 등 1600만t을 수출해 52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올림픽 기준에 맞는 수영장 1만 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자원 부족에 시달렸다. 폐가전, 고철, 폐플라스틱 수입은 싼값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폐기물 수입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다”고 짚었다. 시간이 흘러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오염물질이 중국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고도성장 후 경제가 궤도에 오르면서 중국인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수면 아래 있던 폐쓰레기 수입·처리에 대해 중국인이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국·한국 등 WTO에 중재 요청
중국의 갑작스러운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에 주요 쓰레기 수출국은 ‘패닉’에 빠졌다. 쓰레기도 처리하고, 돈도 버는 요긴한 창구가 사라질 위기다. 지난해 연말 중국이 폐비닐·종이 쓰레기 수입 중단에 들어가자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쓰레기 수출국의 반발이 쏟아졌다. WTO에 항의도 하고 중재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중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각국 내에서 쓰레기 처리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돼 가는 분위기다. 지난주와 이번 주 국내 재활용 업체의 수거 중단으로 벌어졌던 쓰레기 대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단행한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여파가 뒤늦게 한국을 덮쳤다. 한국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사전 대응이 없었던 탓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느껴질 뿐이다. 한국에서 이번엔 폐비닐·스티로폼만 문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기조를 고려하면 수입 중단 대상은 고철, 폐지, 폐가전제품 등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근데 정부가 대안을 빨리 수립해주고, 응급처치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는게 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