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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이 정전협정 66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협의해온 이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톱다운(Top-down, 하향식)'이라는 새로운 협상 방식을 또 한 번 전 세계 앞에 선보였다.
이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던 비핵화 협상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의 한 페이지 또 한 번 장식한 남북미 정상
실무 협상팀 구성으로 비핵화 협상 본격 재개
북미 두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로,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딱 4개월 만이다. 북미 관계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비핵화 방안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돌아선 이후 교착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런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북미 정상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과거 이전 정부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던 비핵화 협상도 실무협의 단계에서 틀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 두 정상은 최근 친서를 교환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트위터로 전격 제안한 'DMZ 회동'에 북측도 호응하면서 30일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의 땅을 밟기도 했는데,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측 지역을 간 건 분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평화의 악수"라고 추어올렸다.
'깜짝 만남'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이 남측 지역으로 넘어와 자유의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1시간 가까이 비공개 단독 회담을 가지면서 북미 관계는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그 결과 양측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상팀을 꾸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내에 미국과 북한에서 팀을 구성해 서로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상 간 포괄적 합의→실무협상을 통한 세부 내용 조율→정상 간 최종 합의'라는 새로운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진행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실무협상에 보다 북미 두 정상의 의중이 담길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도 주목된다. 전날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보내던 문 대통령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북미 정상이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한발 뒤로 물러서면서 사실상 '조연'을 자처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뒷받침한 역할을 한 셈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에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이 문 대통령을 '패싱(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실제 보인 모습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신 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고, 김 위원장도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기 직전 문 대통령과 포옹을 하며 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북미 간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 대화는 다음번에 다시 도모하게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북미 간 이견 조율이 향후 과제
이번 3차 북미정상회담에 따라 잠시 주춤했던 북미 협상도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 회담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게 주된 평가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방안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미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포괄적으로 좋은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북측이 수용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빅딜' 구상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반면 북한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서 나오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라며 그 시한을 '연말'로 정하고 미국을 압박해왔다.
다만, 일괄타결식 '빅딜'을 내세워 판을 깨고 대북 강경론을 유지해온 미국이 이전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북미 간 실무협상을 이끌게 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진행된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동시적·병행적' 협상 추진을 언급한 것도 기존 선(先)비핵화라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측의 '동시적·단계적' 타결 요구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어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도 선거를 앞둔 시간표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역시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어 한다'는 점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회동 제안을 수용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라며 "잠시 주춤거리던 북미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모두 힘을 모을 것을 염원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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