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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불화 겪던 선장 월남 계획, 걸그룹 동경 동네 이웃 끌어들여

오징어잡이 집단에 섞여 위장조업… 대형선박에 납품 뒤 기름 얻어

NLL 인근 다다라 귀순계획 실토… 2대 2 옥신각신하다 삼척항까지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조사 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이 경찰에 조사받는 모습. 독자 제공=뉴스1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조사 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당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어선과 어민이 경찰에 조사받는 모습. 독자 제공=뉴스1

정부는 북한 목선 귀순 사건 조사 결과, 목선을 타고 강원 삼척항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은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4명 중 2명은 처음부터 귀순 목적을 갖고 탈북할 생각으로 배를 띄웠고, 이들의 의도를 모르고 목선에 탔던 2명은 결국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정부 중앙 합동조사팀의 합동신문(합신)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남은 목선 선장 A씨와 동승자 B씨는 비교적 탈북 동기가 확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선장은 심한 가정 불화 문제가 원인이었다. 처가의 도움으로 배를 사서 영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대인 B씨는 평소 남쪽 문화를 동경해 아이돌 걸그룹과 영화, 드라마 등에 빠져 살다가 당국에 적발돼 신변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북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정신병원 치료도 받은 전력이 있는 A씨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이모의 연락처를 구해 탈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A씨가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후 삼척 현지 주민에게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휴대폰을 좀 빌려달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A씨와 B씨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알고 지낸 관계라고 한다. 합동조사팀은 이들이 귀순이나 표류를 가장한 위장 침투 가능성을 살폈으나, B씨의 경우 군사훈련을 받은 공작조의 몸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또 B씨의 이모를 상대로도 직접 조사를 벌였으나 특별한 용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모를 만날 생각에 다림질을 해서 준비해 온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목선 조사결과 B씨가 조업을 하는 과정에서 입었던 옷과 새 옷 위에 덧입었던 옷가지도 발견됐다.

두 사람은 위장 조업을 하다가 NLL을 지나 귀순하기로 계획했지만, 4명 이상이 모여야만 출항을 허용하는 북한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귀순 계획은 알리지 않은 채 선원 두 사람을 추가했다. 기관장으로는 수산 관련 국영 기관의 직원을 섭외하고 기관을 잘 다루는 1명을 끼워 넣었다.

이렇게 구성된 4명은 길이 10m, 폭 2.5m, 높이 1.3m의 크기에 경운기에 사용되는 정도인 28마력의 엔진이 달린 목선(1.8톤)에 올라 오징어잡이에 나선 북한 어선 집단에 합류했다. 오징어 무리가 형성된 NLL 북방 어선 집단에 합류한 이들은 실제로 이틀간 오징어를 잡았다. 합동조사팀은 오징어 조업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혹을 살펴본 결과, 소형 목선이라 오징어가 다니는 길목에 어망을 늘어트려 놓았다가 걷어 올리는 단순한 작업 방식이어서 별다른 조업 장치가 필요 없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GPS 분석 결과 함경북도 경선에서 삼척항까지 500㎞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방대한 기름이 필요해 모선(母船)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도 해소됐다. 이틀간 조업을 하면서 잡아 올린 오징어를 놓아둘 공간이 부족해 함께 조업을 나온 인근 대형 선박에 오징어를 넘기고, 대신 음식과 기름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제출 받은 검역 결과에 따르면 북한 목선에선 흰쌀 28.8㎏, 양배추 6.1㎏, 감자 4.1㎏ 등 식물류 39㎏과 김치찌개, 멸치조림, 고추ㆍ깻잎 장아찌, 된장, 당면 등 음식물 10.3㎏이 발견됐다.

나머지 두 사람이 귀순 계획을 알게 된 것은 12일 오후 9시쯤이었다. 목선이 NLL 쪽으로 향하는 걸 수상히 여긴 두 사람이 항의하자 선장은 귀순 계획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멋모르고 월선을 하게 된 두 사람은 “당장 NLL을 넘어 귀환하자”고 항의해 한동안 2대 2로 갈려 옥신각신했다고 한다. 배 양쪽으로 갈라선 두 사람은 밤새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한동안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한밤중 오인 사격 가능성을 우려해 울릉도 동북방 30㎚(노티컬마일ㆍ약 55㎞)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정지했던 목선은 13일 오전 6시쯤 남측으로 향했다.

초기 지역 합동신문 단계에서 북한 주민 4명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은 재차 의사를 확인한 뒤 지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애초 귀순 의사가 없던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선장은 분리 조사가 시작되자, “처음부터 귀순하려고 왔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조사팀은 B씨로부터 선장의 말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확인했다. 귀순 계획을 짰던 두 사람은 일이 잘못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졌을 경우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처음엔 귀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반면 귀순 의사가 없던 두 사람은 한결 같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총 신문 시간은 야당이 2시간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총 7시간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4명의 귀순 동기가 이렇게 명확히 파악됐는데도 군 당국이 왜 축소ㆍ은폐 의심을 살 만한 브리핑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합동조사팀은 우리 군의 해상ㆍ해안 경계 시스템에 공백이 있었는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의 고의 축소ㆍ은폐가 있었는지 등을 포함한 합신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mailto: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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