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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재구성..현 남편이 말하는 8개월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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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5)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은 아이가 재혼한 친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로 온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부자(父子)는 함께 안방에서, 새엄마는 다른 방에서 잠들었다. 아빠가 눈을 떠보니 아이의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아이는 엎드린 채 발견됐고 얼굴은 짓눌려 있었다. 경찰은 아빠를 의심했다. 아빠가 5번이나 조사를 받는 동안 새엄마는 정식 조사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새엄마의 이름은 고유정. 3개월 뒤 새엄마가 저지른 살인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고유정(36)은 지난 1일 제주 한 펜션에서 자신의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은닉죄)로 기소됐다. 여기에 지난 3월 2일 숨진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한 조사도 함께 받고 있다.

고유정의 현남편 A씨(37)는 지난달 28일과 29일 제주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아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며 그동안의 사연을 털어놨다. 지금부터는 A씨와의 인터뷰로 재구성한 지난 8개월간의 이야기다.

“내 아들 죽음, 계획범죄 정황 있다”

고유정과 2017년 11월 재혼한 A씨는 1년쯤 뒤인 지난해 10월 18일을 기억했다. 이날 두 사람은 심하게 다퉜다. 고유정은 화를 내며 함께 살던 청주 집을 나갔다. 고유정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가면 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5일 만에 연락이 왔다. A씨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고유정이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A씨 제공

고유정이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A씨 제공

A씨가 카톡 프로필에 아들(A씨 친아들) 사진을 올리자 곧장 연락이 온 것이다. 극도의 흥분이 느껴지는 장문의 문자였다. 문자는 비난으로 가득했다.

“카톡 프로필 바꾸는 건 착착 손에 잡히디? 다른 새끼들은 당신한테 뭐가 되냐? 또 시작이었네. 보란듯이 내 새끼는 이애다 그리도 티 낼 필요 없어(…) 같이 사는 아내 있다면서 애가 둘이라는데 왜 자꾸 저 애기 사진만 올리지? 대놓고 홍보를 하세요. 얼마나 내가, 우리가 너에게 쪽팔린 존재였으면”

이어 이런 문자가 이어졌다. “(나와 내 아들을)능멸했다. 나하고 당신이 표현하는(…) 당신 가족이 아니야. 알아?(…) 그래 너는 보란 듯이 사진 걸어놓고 뿌듯하냐? 진짜 누굴 보라는 거지?”

A씨는 “고유정은 평소 내가 친아들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는 것을 싫어했다”며 “어린이집이나 이웃에게 고유정 아들과 내 아들을 친형제라고 소개했고 재혼 가정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유정은 10월 31일 A씨가 출근한 틈에 청주 집에 잠시 들어왔다. 이 때 고유정은 컴퓨터를 전부 포맷했다. 그러고는 A씨가 귀가하기 전 다시 집을 나갔다. 고유정이 A씨의 설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은 가출한 지 거의 한 달 만인 11월 14일이었다. 돌아온 고유정은 뜻밖의 말을 했다. 자신과 고유정의 아이, 둘을 모두 데려와 네 식구가 함께 살아도 좋다는 것이었다. 재혼 후 A씨는 “아이들(고유정의 아들과 A씨의 아들)을 청주로 데려와 함께 살자”고 부탁했지만 고유정은 줄곧 거절했었다. 이 제안을 가출했다가 돌아온 고유정이 드디어 수락한 것이다. 당시 A씨는 이를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A씨는 “고유정은 내 아들을 장애물 혹은 방해물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같이 살자고 했을 때 의아하긴 했다. 그래도 이유가 무엇이든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기쁜 마음이 더 컸었다”고 전했다.

A씨 아들이 실제 청주집에 오기까지는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어린이집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은 A씨의 아들과 고유정의 아들이 함께 청주에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유정은 제주도 외가에 살고 있는 아들이 올라올 날짜를 갑자기 미뤘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의 아들은 고유정 아들보다 앞서 지난 2월 28일 청주에 도착했다. 아들은 다음날인 3월 1일 저녁 메뉴로 새엄마가 만들어준 카레라이스를 먹고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아이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고유정 사건 일지 타임라인. 그래픽=전진이 기자

고유정 사건 일지 타임라인. 그래픽=전진이 기자

현남편 5번 집중 조사받는 동안…고유정은 15분 간이 조사

청주 경찰은 지난 3월 2일 아이가 사망한 후부터 줄곧 A씨의 과실치사에 집중해 수사를 벌여왔다. A씨가 아들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건 무려 5차례나 된다. 사건 직후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첫 조사를 받았고, 1차 부검 결과가 나온 5월 2일 두번째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28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고, 지난달 3일에는 다시 한번 약 5시간에 걸쳐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3일 뒤에는 청주 경찰 2명이 A씨가 머물고 있는 제주도에 내려와 출장조사까지 진행했다. 반면 고유정이 의붓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건 한차례에 불과했다. 정식 조사도 아니었다.

A씨는 “내가 5번이나 조사를 받는 동안 고유정은 참고인 신분으로 단 15분만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나를 조사했다는 사실만 두고 불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왜 고유정은 조사하지 않았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가 철저한 재수사를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A씨에 따르면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3월 1일 고유정은 A씨에게 차를 한 잔 건넸다. A씨는 이 음료를 마신 뒤 평소보다 더 깊게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저녁식사로는 A씨와 아들이 고유정이 만든 카레라이스를 함께 먹었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카레에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넣었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의심은 더 깊어졌다. A씨는 “고유정이 카레에 약물을 섞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연 치고는 너무 이상하다”며 “아이는 카레를 먹은 뒤 2시간이 안 돼 잠들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지난해 11월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유정이 부부싸움 후 가출했다가 청주 집으로 돌아올 무렵이다. A씨는 이 때 처방 받은 졸피뎀을 3월 1일에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A씨가 지난 3월 1일(아이 사망 전 날) 촬영한 사진. 아이 앞에 고유정이 만든 카레라이스가 놓여있다. A씨 제공

A씨가 지난 3월 1일(아이 사망 전 날) 촬영한 사진. 아이 앞에 고유정이 만든 카레라이스가 놓여있다. A씨 제공

고유정은 의붓아들의 장례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납골당에 잠시 모습을 보인 게 전부였다. 당시 A씨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친아들이 아니라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A씨가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고유정은 아이의 피가 묻어있던 이불 등을 모두 폐기했다.

①CPR ②다리 ③혈흔… 현남편 vs 청주 경찰의 진실게임

A씨는 청주 경찰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지만 수사 과정을 살펴보면 오로지 내 과실치사에만 집중했다”며 “내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식의 발표를 했다. 왜 굳이 나를 겨냥해 경찰이 그런 식의 거짓 발표까지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A씨가 말하는 경찰의 거짓 발표는 심폐소생술(CPR)을 둘러싼 논란이다. 복수의 매체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A씨를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거짓’으로 나왔고, 아이의 시신에 심폐소생술(CPR) 흔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아이에 대한 CPR이 이뤄진 증거와 정황은 분명했다. 국민일보는 당시 구급활동일지를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은 “환아는 방 안 침대 위에 엎어진 채로 아이 아빠에게 발견됐다하며 이불과 환아 비강에 출혈 흔적이 있음. 구급대원 도착 당시 거실에 아이를 눕혀 부모가 CPR 중”이라고 기록했다.

당시 119상황실 녹취록도 A씨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경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고유정이었다. 응급처치 직원은 “아이를 평평한 바닥에 눕힌 뒤 가슴 중앙을 한 손으로 조금씩 눌러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고유정은 “지금 남편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흉부압박은 이 속도에 맞춰서 계속 해야 한다”는 말에도 고유정은 “지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역시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다. 경찰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당시 구급일지. A씨 제공

당시 구급일지.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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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논란은 A씨의 다리가 아이 사망의 원인인가를 둘러싼 의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결과 A씨 아들의 사인을 ‘압착에 의한 질식사’라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질문의 핵심은 압착이 무엇에 의해 발생했는가이다. 그동안 복수의 언론은 “A씨가 ‘눈을 떴을 때 내 다리가 아들 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A씨가 사실상 과실을 인정한 듯한 발언이다. 하지만 A씨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경찰이 ‘당신의 다리가 아이의 몸 위에 올라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혈흔을 두고도 경찰과 A씨의 주장이 엇갈린다. 앞서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해 “시신 입 주변에 소량의 피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국민일보에 제공한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다량의 혈흔이 이불에 남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아이 얼굴 크기 정도의 면적이다. A씨는 피가 이불과 매트리스까지 스며들 정도로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불과 매트리스를 그대로 둔 채 돌아갔고, 고유정은 이후 이런 물품들을 모두 폐기했다.

A씨는 부검 소견에도 의문을 표했다. 아이의 등에는 일자로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 성인인 A씨의 다리가 자신의 아래쪽에서 잠들어있던 아이의 등 위에 올라갔다면 눌린 자국은 일자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사선 형태여야 한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경찰은 게다가 최종 부검 소견을 아이 아빠인 A씨에게 즉시 알리지도 않았다. A씨는 고유정이 긴급 체포된 지난달 1일이 지나서야 아들의 부검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촬영해 기록물로 남긴 사건 현장 사진. A씨 제공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촬영해 기록물로 남긴 사건 현장 사진. A씨 제공

수사 부실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청주 경찰은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관련해 고유정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일에 이어 4일 제주교도소로 수사관들을 파견해 대면조사를 했다. 경찰은 고유정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대로 A씨를 재조사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지 문지연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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