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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면전환 대응 문건 첫 확인
ㆍ“영웅담 등 적극 발굴해 활용”
ㆍ구조자 선행 소개, 청에 제언
ㆍ‘박근혜 담화문 반영’ 자찬도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일부 희생자의 의사자 지정을 ‘국면 전환용’ 미담 사례로 활용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들 제안대로 담화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2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기무사 문건에는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이후 미담·영웅담을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미담·영웅담 활용은 부실한 참사 대응으로 비판받던 박근혜 청와대의 국면 전환 방안이었다. 문건들은 2014년 4~6월 기무사 정보융합실 등에서 작성했다.

2014년 4월16일 참사 직후 작성된 문건 ‘여론관리분야’(날짜 미상)에는 ‘미담·영웅담 적극 발굴을 통해 국가적 침체 분위기 극복’이 있다. 세부 내용에는 ‘구조·인양작업 참여자들의 활약상 소개, 숨은 기여자 발굴·포상’ ‘숨진 승무원 ㄱ씨 등을 의사자로 지정 후 국립묘지 안장 검토’라고 쓰여 있다. 그해 4월18일 작성된 기무사 문건에는 당시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에 ‘전반적인 분위기와 여론, 주요 미담사례 수집 중인바, 관계기관에 통보해 자료를 제출해 주기 바람’이라고 요청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기무사는 4월21일 작성 문건에서 청와대에 ‘정책 제언’을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선행·미담 사례의 홍보전략 마련 요망’ 문건에는 ‘언론마저 정부의 무능함을 비롯한 총체적인 문제점 등만을 보도하고 있는 실정. 국격 하락 우려와 국민들에게는 자괴감마저 유발’ ‘사고 발생 이후 초동조치 간 미담, 범국민적 추모 분위기 조성 상황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선행사례 홍보전략 필요’라고 적혔다.

청와대가 미담 발굴을 신경 쓴 정황도 있다. 4월28일자 기무사 문건의 ‘청와대 및 국회 분위기’ 중 청와대 부분에는 ‘억지로 국면 전환 시 여론의 역풍 우려하며 출구전략 수립에 고심’ ‘① 영웅 부각 ② 정부 노력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홍보’라고 쓰여 있다.

청와대가 기무사 제언을 받아들였다며 스스로 칭찬하는 대목도 나온다. 2014년 6월10일 작성된 ‘세월호 중요보고 관련 상부 활용 실태’ 문건에는 ‘VIP 대국민 담화문 내용에 적극 반영’ ‘미담·영웅담 적극 발굴(4.25)→담화문 말미에 한 사람씩 호명하시며 눈물’이라고 쓰여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의사자 지정 미담 활용 부분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문건에는 ‘생존자·희생자 가족들과 연계한 불순세(불순세력) 활동 차단’ ‘근거 없는 책임론 제기 및 정부 비방·남남갈등 조장 세력 발본색원’ ‘노란 리본 달기 등이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 같은 내용도 담겼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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