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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려 바짝 마른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동물원의 수마트라 호랑이. 현지 매체 캡처

고통받는 동물들갤러리 이동

굶주려 바짝 마른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동물원의 수마트라 호랑이. 현지 매체 캡처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동물원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19일 현지 온라인 매체는 최근 몇 년 새 인도네시아 각지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동물들이 학대와 방치 등으로 고통 받은 6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소개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동물원은 관람객의 행복뿐 아니라 동물의 행복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피골이 상접한 인도네시아 동물원의 호랑이. 현지 매체 캡처

피골이 상접한 인도네시아 동물원의 호랑이. 현지 매체 캡처

첫 번째는 2016년 자바섬 족자카르타특별주(州)의 한 동물원에서 벌어진 수마트라 호랑이 식비 횡령 사건이다. 호랑이는 매주 두 번 육류를 먹도록 돼 있었다. 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양인데 동물원 영양사가 호랑이 먹이를 사야 하는 돈을 빼돌리면서 일주일에 한 번만 고기를 먹였다. 범행의 전모는 호랑이가 가죽만 남을 만큼 앙상해진 1년 뒤에야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동물원에서 숨진 백호. 현지 매체 캡처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동물원에서 숨진 백호. 현지 매체 캡처

두 번째는 자바섬 동부자바주(州) 수라바야의 동물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멸종위기 동물들의 연쇄 사망 및 실종 사건이다. 오랑우탄 코모도왕도마뱀 사자 호랑이 기린 등 여섯 종류의 동물이 잇따라 죽거나 사라졌다. 사자는 우리 안 강철 케이블에 머리가 끼어 질식사했고, 수마트라 호랑이는 굶주린 것도 모자라 포름알데히드에 절인 고기를 지속적으로 먹인 탓에 장기가 썩어 있었다. 숨진 기린 뱃속에선 비닐봉지 20㎏이 발견됐다.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코모도왕도마뱀은 누군가 팔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동물원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관리 부실로 동물 수백 마리가 평균 수명보다 일찍 숨져 2014년 ‘죽음의 동물원’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인도네시아 동물원의 사자와 사슴 사체. 현지 매체 캡처

인도네시아 동물원의 사자와 사슴 사체. 현지 매체 캡처

세 번째는 2013년 수마트라섬 잠비주(州)의 동물원에서 벌어진 사자와 호랑이 독살 사건이다. 사체에서 발견된 독극물이 광견병이 있는 들개들을 처치하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밝혀져, 호랑이와 사자도 누군가 독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동물원에 수의사가 없어서 방치되다 죽은 인도네시아 반둥 동물원의 코끼리. 현지 매체 캡처

동물원에 수의사가 없어서 방치되다 죽은 인도네시아 반둥 동물원의 코끼리. 현지 매체 캡처

네 번째는 2016년 자바섬 서부자바주(州) 반둥의 동물원에서 발생한 수마트라 코끼리 사망 사건이다. 동물원에 수의사가 없어서 코끼리는 몇 달째 방치된 채 죽어갔다. 수마트라 코끼리는 현재 야생에 2,00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반둥 동물원에 살고 있는 말레이곰이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앙상하다. 마치 양손을 들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다. 현지 매체 캡처

인도네시아 반둥 동물원에 살고 있는 말레이곰이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앙상하다. 마치 양손을 들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다. 현지 매체 캡처

이듬해인 2017년엔 반둥 동물원에 살고 있는 말레이곰(태양곰)의 참혹한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다. 동영상 속 말레이곰들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두 팔을 들어 먹이를 구걸하거나 자신의 대변을 먹고 있었다. 동물원 폐쇄 청원 운동이 벌어지면서 관계 당국의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이어 석 달 뒤 말레이곰은 다시 살이 찐 것으로 전해진다.

쓰레기로 가득 찬 우리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데폭 한 작은 동물원의 악어와 원숭이. 현지 매체 캡처

쓰레기로 가득 찬 우리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데폭 한 작은 동물원의 악어와 원숭이. 현지 매체 캡처

최근엔 자카르타 인근 데폭에 있는 작은 동물원의 ‘쓰레기 우리’ 사진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우리 바깥뿐 아니라 내부도 쓰레기로 넘쳐나 동물들이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악어 우리의 물은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썩어있었다. 네티즌들이 항의한 뒤에야 동물원 관리자는 우리를 청소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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