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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운아 조회 수: 66 PC모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피해액이 580억엔(약 5천648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가상화폐 해킹 사건을 둘러싸고 일본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6만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범인을 찾는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거래소 측의 부실 보안 관리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체크는 27일 자정께 기자회견을 열고 "시스템에 공인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속해 고객들이 맡겨둔 580억엔 상당의 NEM(뉴이코노미무브먼트) 코인을 가져갔다"며 가상화폐의 엔화 인출 및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 피해자 26만명…보상 약속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
코인체크는 28일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가 26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에 대한 보상액(피해액 중 거래소 보유분 등을 제외)이 460억엔(약 4천48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매매 정지 시 가격과 그 후 다른 거래소의 가격 등을 참고해 보상액을 정한 뒤 자사의 자기자본 등을 재원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한 것이지만, 이 회사가 실제로 보상을 행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을 갖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산케이신문은 코인체크가 보상 시기와 절차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폐업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 피해자들은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 있는 이 회사 사옥에 몰려가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옥을 찾은 한 남성은 요미우리신문에 "TV 광고 등을 보고 코인체크를 신뢰했다"면서 "돈을 돌려받고 싶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자포자기의 심경을 드러냈다.
일본 경찰은 전날 코인체크의 담당자를 불러 도난 경위 등을 청취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지만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범죄인 만큼 범인의 행방을 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해커가 접속 흔적을 없애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며 해킹한 사람을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 보안회사간부는 이 신문에 "침입 흔적이 시스템에 남아있지 않으면 도난된 통화를 되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 순식간에 가상화폐 시장 58조 축소…금융당국, 뒤늦은 안전 당부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 그동안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던 가상화폐에 대한 위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전체 시가총액은 사건이 26일 사건이 일어난 뒤 한때 사건 전에 비해 10%나 줄었다. 시장 규모가 사건 전 61조엔에서 55조엔으로 6조엔(58조4천억원)이나 축소됐다.
한 건의 해킹 사건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큰 파급을 미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투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확대일로를 걷던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이버 공격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분야의 투자자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금융청은 27일 자국 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회사에 시스템을 재점검하라고 주의를 환기하는 문서를 보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뒤늦은 대처라는 비판이 많다.
◇ 거래소 부실 관리에 '분통'…"나쁜 건 가상화폐 아닌 부실 보안"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코인체크 측의 엉성한 보안 관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인체크는 가상화폐를 외부 네트워크와 접속한 채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를 외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채 보관해야 한다는 보안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한 것이다.
특히 이 회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8시간이나 지나 해킹을 당한 것을 인지했고 이후 공표까지도 반나절이 걸렸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거액을 다룰 만한 능력이 없는 곳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본에서는 작년 4월 개정 자금결제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당국에 등록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 회사는 등록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도난 사건을 당했다. 등록을 못 마친 '유사 사업자' 신분이면서도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TV 광고를 하며 투자자들을 적극 끌어모았다.
이번 사건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위기론이 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안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와세다대 파이낸스연구센터 고문은 마이니치신문에 "거래소가 가상화폐 데이터를 외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며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현금수송차량이 현금을 강탈당했다고 해서 돈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28/0200000000AKR20180128024000073.HTML?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