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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6일) '제보가 왔습니다'는 한 예비 신부의 사연입니다. 상견례를 하려고 지방에 내려가서 시댁 쪽에서 잡아준 고급 리조트에 묵었다가 귀에 지네가 들어가서 귓속이 물어뜯기는 사고를 당한 겁니다. 큰일이 엉망이 됐는데, 리조트 쪽 반응은 더 엉망이었습니다.

박찬범 기자가 이 리조트가 있는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예비 신부 30살 홍 모 씨는 지난 11일 가족과 함께 여수의 한 리조트를 찾았습니다.

하루 숙박비가 30만 원 넘는 고급 리조트에서 기대했던 낭만적인 밤은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다음 날 있을 시가와의 상견례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불에 덴 듯한 귓속 통증에 잠을 깼습니다.

[홍 모 씨/피해자 : 족집게 같은 걸로 고막까지 집어넣어서 계속 뜯어내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엄청 아팠고….]

아파 어쩔 줄 모르던 그때, 남동생이 홍 씨 귀에서 뭔가를 잡아뺐습니다.

길이 5cm짜리 왕지네였습니다.

독성까지 있어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 신세까지 져야 했습니다.

[황재삼/농촌진흥청 연구관 : 국내 토종 왕지네이고, 부화해서 2년 정도 크면 그 정도 큽니다. 독성이 조금 있습니다. 물렸을 때 약간 부어오르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날벼락 같은 소동에 한 달 동안 준비한 상견례는 취소됐습니다.

[홍 모 씨/피해자 : 결혼식 다음으로 저희 1년 행사 중에 제일 중요한 게 상견례라 생각하고요. 시댁 어르신들도 저희가 멀리서 왔기 때문에 숙박을 하게 도와주신 리조트에서 그런 일이 발생해서….]

홍 씨는 위생관리에 실패한 리조트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더 화가 났다고 하는데, 리조트의 입장은 어떨까요?

제가 직접 여수에 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조트 측은 사고가 발생하고 홍 씨에게 거듭 사과했다고 해명합니다.

환불을 못해준 이유는 홍 씨 가족이 많은 보상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조트 관계자 : (홍 씨가) 지금 환불 건을 원하시잖아요. 환불 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환불은 해드릴 수는 있어요.]

이에 대해 홍 씨 측은 홧김에 보상금 얘기를 꺼낸 적이 있지만 이후 다시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리조트의 위생 관리엔 실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영업시설은 매달 한 번 이상 외부기관에 의뢰해 소독해야 하는데, 여수시청의 긴급 점검 결과 이를 지키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박병철/여수시청 숙박지도팀 : 위생관리 소홀로 해서 행정처분을 경고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할 계획입니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홍 씨는 지금도 귓속 상처가 아물지 않아 이비인후과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전민규)      

박찬범 기자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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