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를 만져보다가
잘 지내라는 말 속에는 바람소리뿐이어서 쓸쓸해진다
잘 지내라는 문자를 끝내는 사람의 등 뒤로 마스크가 씌워진 말 많은 사물이 줄지어 서 있다
썩은 양상추를 씹는 기분이 되었다가 외판원의 서류 가방에 얼른 집어 넣어주고 싶은 말
더 이상 친해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을 인권선언문처럼 무거워지는 말
오늘은 남편과 싸우고 말았으니 내일은 잘 지내기 위한 계획표를 작성해야 잠이 오는 말
- 금란, 시 '잘 지내를 만져보다가' 중에서
수많은 말을 품고 있는데, 고작 뱉은 말은 '잘 지내'입니다.
무덤덤하고 단순하고 성의 없는 말 같지만,
달리 더 무슨 말을 보태겠습니까.
잘 지내라는 말을 만져보면 질감이 뚝뚝하지만, 뿔뿔이 흩어지는
안타까운 마음들이 있습니다.
상대를 염려하는 마음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