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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의 늪에서
땡볕이 지워진 한낮,
늪을 내려다보면
평안함과 아늑함과는 다른
뭐라 표현 못할 느낌들이 있습니다.
수초는 고요하지만
저 아래로 얽혀있을 뿌리의 내력이 읽히고
고요 뒤의 소란스러움이 전해집니다.
그때, 늪은 소리 없이 원을 그립니다.
소금쟁이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만드는 파문입니다.
날아가듯 가볍게 긋는 움직임.
그러나 물은 동그라미가 커지고
곳곳에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가
흔들리다 사라집니다.
저쪽 일렬로 헤엄치는 물오리의 물살은 유선형,
몸짓이 큰 것에 비하면
그리 시끄럽지도 않아 보입니다.
그것을 보며 생각합니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작은 행동임에도
무리나 주변에 큰 물살이 된다는 것을.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가
커다란 파문이 된다는 것을.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