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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차량 통과한 제주항 6부두, 차량 검사 시간은 1분 남짓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직원들이 12일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을 검사하고 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은 지난달 28일 시신을 실은 차를 타고 이곳을 통과했다.2019.6.12/뉴스1© 뉴스1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직원들이 12일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을 검사하고 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은 지난달 28일 시신을 실은 차를 타고 이곳을 통과했다.2019.6.12/뉴스1© 뉴스1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12일 오후 제주항 6부두에는 평일 낮인데도 배에 선적하기 위한 차량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북적이고 있었다.

이곳은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밤 훼손한 시신을 차량에 싣고 통과했던 바로 그곳이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소속 직원 2명으로 짜여진 검사팀은 부두 입구에서 연이어 들어오는 차량들의 탑승 인원과 내부를 확인했다.

운전자와 동승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보거나 트럭에 실린 물품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다만 가방, 상자 등에 담긴 물건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으며 차량 1대당 검사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가방이나 상자에 시신이 들어있다해도 육안으로만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피의자는 겉만 봐서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시간과 물리적 한계, 검사의 목적 등을 이유로 육안 검사만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시신을 들고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주항 여객터미널의 보안 관리의 사각지대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후 지난달 28일 밤 8시30분 출항하는 제주~완도행 여객선에 자신의 차량과 몸을 실었다. 사전에 훼손한 시신을 나눠 담은 여행용 가방 등도 함께였다.

제주항에서 여객선에 차량과 함께 승선할 경우 차량을 먼저 선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두 입구에서 차량에 탄 사람과 물품에 대한 검색이 이뤄진다.

차량을 여객선에 세운 승객은 따로 여객터미널로 이동해 매표 후 배에 탑승한다.

고씨도 이러한 절차를 밟아 완도행 여객선에 탑승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유정이 시신을 싣고 여객선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국내선 여객선의 경우 국제선과 달리 승선권 확인 이외의 별다른 보안 검색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이다.

부두에서의 차량 검사 역시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직원의 육안 검사로 이뤄진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직원들이 12일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을 검사하고 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은 지난달 28일 시신을 실은 차를 타고 이곳을 통과했다.2019.6.12/뉴스1© 뉴스1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직원들이 12일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을 검사하고 있다.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은 지난달 28일 시신을 실은 차를 타고 이곳을 통과했다.2019.6.12/뉴스1© 뉴스1

제주항 여객터미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보면 고씨는 여행용 가방이 아닌 가벼운 가방을 들고 여객선 티켓을 구입했다.

고씨가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 등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여객선에 선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실제 고씨가 여객선이 출항한 후 차량에서 짐을 갖고 나오는 모습이 여객선 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

여객터미널 및 각 선사는 배를 탄 이후에는 차량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승선 이후에도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면 얼마든지 차량에서 짐을 갖고 나올 수 있다. 경찰은 여객선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씨 역시 여객선이 출항한 지 1시간쯤 후인 밤 9시30분쯤 차량으로 돌아가 시신을 담은 가방을 빼내왔다.

덕분에 고씨는 아무런 제한 없이 여객선 내 범행을 할 만한 적정한 장소를 찾은 뒤 해상에 시신 일부를 유기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18일이 지난 12일 현재까지 피해자 시신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고씨가 이용한 제주~완도행 여객선 항로를 따라 해상 수색과 해안가 수색 등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범죄자가 제주에서 살인 후 배편을 이용해 시신을 갖고 빠져나가는 경우는 이번 '전 남편 살인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11월 제주의 한 민박집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B씨(38)도 시신을 자신의 차에 싣고 여객선에 선적해 제주를 떠났다.

B씨는 시신을 실은 차량에 불을 질러 교통사고로 위장했지만 덜미가 잡혀 징역 30년형을 받았다.

섬이라는 제주의 특성상 중요한 길목 중 하나인 제주항 여객터미널의 보안에 구멍이 생기면서 범행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의 짐을 모두 뒤져보진 않는 이유와 같다"며 "부두에서의 차량 검사의 기본 목적은 항만의 안전과 신원불상 또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적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기본적으로 육안으로 검사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사람이 숨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물건이라면 내용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보조장비 등도 사용하고 있다"며 "일일이 물건 내용물을 확인하려고 한다면 파손 등의 위험뿐만 아니라 배의 출항 시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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