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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oodYU 조회 수: 35 PC모드
[하성태의 사이드뷰] '정치 색안경'으로 학생-학부모만 피해 봐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6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의 한 장면 |
ⓒ KBS |
"저도 조선일보 칼럼 자주 봅니다. 좋은 내용도 많고요. 그건 바로 잡아드려야겠습니다. 칼럼에서 <오늘밤 김제동> 시청률이 2% 안팎이라고 하셨는데요. 어제 4.6%였고요, 평균 4%고요, 최고 시청률은 6.5% 대입니다.
아마 성함을 봐야 되는데, 논설위원 분 성함은 잘 모르겠네요. 한현우 논설위원인가? 사실은 알고 쓰셔야지, 논설을 읽는 입장에서, 독자 입장에서 사실을 알고 쓰셔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고요."
짧지만 강렬한 해명이었다. 사전에 고정 출연하는 기자와 얘기가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송만 놓고 보면 돌발 상황에 가까워 보였다. 6일 KBS1 <오늘밤 김제동>에서 진행자인 김제동이 고액 강연료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가 "화제와 논란, 제 앞에도 한 분 계시네요"라며 "스트레이트 기사에도 나오시고 칼럼에도 나오시고"라며 운을 떼자 김제동이 다짜고짜 <조선일보>을 거론했다.
"(나에게) 강의료 받아서 자꾸 어디 쓰냐고 하시는데, 아유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논설위원님 덕분에 말씀 드려야겠네요.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캠페인, 그리고 제 모교인 대구 달성고등학교에 5천만 원 합쳐서 1억 기부했습니다. 한현우 논설위원님께 답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관계를 잘 보시고 써주셨으면 합니다. 독자 입장에서. 조선일보 여러분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정중한 톤이었지만, 콕 집어 <조선일보>를 거론하고 논설위원 이름까지 들먹인 김제동. 그는 "소속사에 저 하나네요"라며 "6명의 식구가 있단 말이에요. 같이 살아야죠"라고도 했다. 일각에서 고액이라 비판받은 1550만 원 강연료가 행사 전체 비용임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제동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자사의 캠페인에 김제동이 수 천 만원을 기부를 한 상황 자체가 <조선일보>로서는 머쓱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김제동은 꼭 집어서 한현우 논설위원의 칼럼을 거론했을까. <김제동 강연료 1550만원>이란 제목의 6일자 만물상 칼럼과 <조선일보>가 쏟아낸 기사들은 당사자인 김제동이 충분히 반박할 만한 수위와 횟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과도한 김제동 사랑
"개그맨 김제동이 15일 대전 한남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으로 1시간 30분 강연하고 155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한 시간에 1000만 원 꼴이다. 인터넷에는 김제동이 "편의점 알바에게 물어보니 시급 1만 원 받으면 행복할 것 같대요. 그런 애들 행복하게 못 해 줍니까"라며 거의 울먹이는 영상이 있다. 강연 한 시간에 1000만원 받는 사람은 시급 1만원 주는 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제동은 시청률 2% 안팎의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하면서 월 5000만 원 넘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KBS가 재난 방송을 포기해 가면서 방송을 강행했던 그 프로그램이다. 김제동을 초청한 대전 대덕구는 교육부에서 받은 국비로 강연료를 지출한다고 한다. KBS 출연료나 교육부 예산이나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김제동 기사에 달린 화난 댓글들에는 그런 정서가 반영돼 있다."
시청률 오류도 오류지만, "강연 1시간에 천 만원 받는 사람"과 "시급 1만원"을 동일 선상에 위치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비교는 여타 언론이 김제동을 비판하는 방향타가 되어줬다.
여기에 (KBS가 사과까지 한 사안인) "재난 방송 포기"라는 과거 <오늘밤 김제동>의 실수와 김제동의 출연료, '국비'라는 프레임까지. 이 만물상 칼럼은 김제동 본인이 "조선일보 칼럼 자주 봅니다"라거나 "조선일보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던 비아냥 아닌 비아냥에 걸맞게 해당 논란을 <조선일보>의 시각으로 아주 잘 정리한 글이라 할 만하다.
특히나 김제동의 강연료를 '시급 1만원'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엮은 결론은 지극히 <조선일보>다운 논리였다. 김제동이 왜 "감사"를 표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만큼.
▲ 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만물상] 김제동 강연료 1550만 원' |
ⓒ 조선일보 |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논란은 지난 4일 대전 지역 매체들이 먼저 기사화했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의 비판을 전하면서다. 그러던 것이 같은 날 <노컷뉴스> <중앙일보> 등이 이를 기사화하면서 논란이 가속화 됐다. <조선일보>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7일 오후까지 <조선일보>는 무려 8건의 기사(칼럼과 지면기사 포함, 스포츠조선 제외)를 쏟아냈다.
<"공무원 월급도 겨우 주면서"…대전 대덕구, 김제동 1550만원 고액 강연 논란> (4일)
<90분에 1550만원… 김제동 강연료 논란> (5일)
<'90분에 1550만원'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에 지역 정치권 비판 거세> (5일)
<[만물상] 김제동 강연료 1550만원> (6일)
<김제동 '1550만원 강연'…野 "세금 뜯어먹기" 주최측 "강행"> (6일)
<'1550만원' 김제동 강연 취소…"원활한 진행 어렵다고 판단"> (6일)
<90분에 1550만원… 고액 강연료 논란 '김제동 특강' 결국 취소> (7일)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에 입장 밝혀…"모교 등에 1억 기부"> (7일)
이쯤 되면, <조선일보>의 '김제동 사랑'이 집착은 아닌지 궁금해질 정도다. 그간 김제동에 대한 조선일보의 과한 관심이야 애정은 잘 알려진 터지만, 김제동의 강연료가 과연 이 정도로 집중할 사안인지, 1등 신문의 취재력을 전국 단위로 발휘할 사건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바다. 그럼에도 짚어야 할 것은 짚어야 할 듯 싶다. 김제동의 강연료가, 행사 비용 전체로 알려진 그 금액이 정말, 유독 비상식적으로 과도한지 말이다.
1550만원이 비싸다고? 진짜?
얼마 전, 지방의 한 국가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했다. 그 행사의 유일한 초대가수였던 한 유명가수는 노래 3곡을 불렀고, 2천만 원 안쪽의 개런티를 챙겼다. 국무총리가 연단에서서 기념사를 읽은 그 행사에서 유일하게 개런티를 받은 유명인이었다. 단 십 수분 간의 공연을 통해 90분 전체 강연(토크 콘서트)을 책임지는 김제동보다 고액의 출연료를 받은 셈이다.
김제동의 강연료가 논란이 되면서 각 대학축제나 기업 행사의 무대에 오르는 가수나 아이돌 그룹 등의 개런티가 함께 도마에 오른 것도 같은 이치다. 연예인의 몸값이야말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가치 기준이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부 몸값 부풀리기는 둘째 치더라도) 분야 아니겠는가. 김제동의 경우, '토크 콘서트'를 '브랜드화'시킨 유일한 연예인이기도 하고.
강연료로 범위를 좁혀 볼까. 국가 기관이나 각종 단체에서 지급하는 일반 강연료가 등급별로 엄격하게 차등화 돼 있다는 사실은 한 번이라도 강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일 터. 김제동의 강연료가 논란이 되자 소셜 미디어 상에서 "나는 얼마 받았는데", "나는 더 낮은 강연료를 받을 수 있는데"라는 고백이 터져 나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일반인(교수나 강사의) 강연과는 분명 다르다. 그 강연의 질적 '가치'야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급 연예인이 90분 간 출연하는 행사 전체 비용이 1550만 원이었다면 결코 '고액'이라 할 수 없다.
국비가 들어갔다거나 대덕구의 열악한 재정을 두고 나온 비판도 지엽적이긴 마찬가지다. 이번 대덕구의 '청소년아카데미'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설문을 통해 출연자를 결정했다는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또 대덕구의 재정이 쓰일 것도 아니였고, 어차피 문화 행사로 사용될 국비로 행사료, 공연료가 지급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지방의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국비'로 관람하는 것이 이토록 문제가 될 사안인가.
대덕구 측도 논란에 대해 "이번 행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것"이라며 "유명인사에 대한 강연료 수준으로 책정했으나 강연료를 타 지역구보다 오히려 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아울러 김제동은 지난 2017년 인접 지역인 세종시에서 세종시 주관으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특별자치시라 문제가 없고, 대덕구는 재정이 열악한 것이 문제인가. 그럴 리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결국 진짜 문제는 김제동?
"유튜브엔 김제동이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강연 영상이 넘쳐난다."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의 칼럼에서 볼 수 있듯, 애초부터 정치적인 색안경이 문제였던 사안이었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이었다. 대전시당은 4일 "김제동에게 줄 1550만 원이면 결식 우려 아동에게 급식을 3875번 먹일 수 있는 돈"이라며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을 1달간 12명이나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논설위원의 칼럼과 엇비슷한 주장이다.
되묻고 싶어진다. 김제동의 강연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김제동이란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이 문제였던 것은 아닌가. 지역 언론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여당 소속인 지자체장과 한국당 등 야당 시의원들의 갈등이 첨예한 곳이라고 한다. 여당을 향한 야당의 공격이 김제동에게 불똥이 튄 것은 아닌지, 이러한 사안에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이 불을 지피고, 다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논평으로 거든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강연은 결국 취소됐다. 김제동은 해당 지역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강연 취소로 인해 불편을 겪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결국 '정치적인 색안경'으로 인해 순수하게 토크콘서트를 즐기려던 애꿎은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닐까.
차라리 정치편향적인 사람에게 공공행사에 초청할 수는 없었다 라고 정치중립성을 걸고 넘어졌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