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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중앙전용차로 승차대 위탁 운영 다툼, 결국 법정으로

서울시가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의 승차대 운영을 놓고 프랑스계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서울시가 지난 22일 정류소 시설물을 관리할 새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자 15년간 위탁운영한 업체는 애초 계약대로 자신이 유일한 협상 대상자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맺은 ‘허술한 계약’이 갈등의 빌미가 됐다.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옥외미디어 전문기업 제이씨데코(JCDecaux)코리아는 29일 서울시를 상대로 한 입찰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이씨데코는 “2003년 계약에 따라 제이씨데코가 우선협상 권한을 갖고 있다”며 “서울시가 이를 위반하고 입찰을 진행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달 계약 완료 JC데코 “기간 연장” 시, 공개 입찰 공고 내자 법적 대응 MB 시장 때 ‘기부채납’ 빼고 계약 ‘우선 협의’ 빌미 등 당시 특혜 비판

서울시는 이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 5월 수의계약으로 제이씨데코에 시설 운영을 맡겼다.

제이씨데코가 강남대로·천호대로 등 14개 노선에 있는 230개 정류소의 542개 승차대와 휴지통, 펜스 등을 설치해주고 패널 광고 수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542개 승차대 중 241개의 계약기간은 개통일(2004년 7월1일)로부터 15년으로 다음달 30일 만료된다. 나머지 301개는 오는 10월31일까지다.

계약 내용은 서울시에 불리하게 돼 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이 서명한 계약서를 보면 승차대와 부대시설은 제이씨데코 측 소유가 된다. 향후 서울시로 소유권을 넘긴다는 ‘기부채납’ 조항이 없고 ‘수익률 제한’도 두지 않았다. 또 계약기간 만료 시 제이씨데코와 우선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제이씨데코 측은 사업기간만 연장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제이씨데코가 그동안 막대한 이익을 거둔 만큼 시설을 조건 없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이씨데코는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기부채납, 사회기여금 54억원 제공, 사업기간 7년 연장 안을 전날 서울시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은 변함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인 협약에 준한다면 계약 만료와 동시에 시설물이 서울시에 귀속되고, 새로운 위탁운영 업체를 공개모집하는 게 타당하다. 이게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런 판단을 한 것은 그동안 시 안팎에서 ‘특혜성 계약’이란 비판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2004년과 2007년 서울시의회와 감사원은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한 업체 선정은 부적정하며, 기부채납 없이 과도한 사업기간을 부여받고 대규모 광고 수익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이씨데코 측은 “공공시설물에 투자해 광고판 운영으로 수익을 거두는 개념을 우리가 처음 도입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을 서울시는 간과한 채 입찰공고를 내는 상식 밖의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이씨데코가 그동안 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도 또다시 기득권을 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했다.

서울시 입찰공고문을 보면 기존 사업자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가 우선협상자로 결정되더라도 기존 승차대는 철거 후 재설치해야 한다. 공사가 시작되면 버스 도착정보(BIT)를 확인할 수 없고 교통체증도 잇따라 시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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