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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귀비 조회 수: 16 PC모드
[수면위로 드러난 불법대리모]법정구속 대리모의 범죄 행적
24일 오후 2시 수도권의 한 법원청사 형사 법정. 재판장의 지시에 따라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띠를 한 A 씨(38·여)가 법정에 들어섰다. 약 1개월 전 재판을 받던 도중 법정 구속됐지만 표정과 자세는 구속 전과 비슷했다. 방청석에서 A 씨가 재판 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 불법 대리모 계약 8000만 원
A 씨가 대신 아들을 낳아준 재력가 부부를 협박한 혐의로 수감된 사건의 발단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당시 서울의 한 대학 무용과 학생이던 A 씨는 대리모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B 씨 부부를 만났다. A 씨는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에서 B 씨 부부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 아기 시술로 체외 수정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켰다. A 씨는 10개월 뒤 아들을 낳았다. 대리모 계약금 8000만 원을 받은 A 씨는 아들을 B 씨 부부에게 넘겼다. A 씨는 법정에서 “아기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떼어줬다”고 밝혔다.
이후 B 씨 부부의 재산이 많다는 사실을 안 A 씨는 부부를 찾아갔다.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라는 점을 이용해 아들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는 목적이었다. A 씨는 2007년 1월 B 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3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당신들 부모에게 찾아가 대리모 출산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B 씨 부부는 A 씨를 커피숍에서 만나 3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A 씨의 돈 요구는 그치지 않았다. B 씨의 직장에 찾아가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약 5년간 37차례에 걸쳐 5억7000만 원을 뜯어냈다. 대리모 계약서에 따라 아들을 대신 낳는 대가로 받은 8000만 원의 약 8배인 6억5000만 원을 받아낸 것이다.
○ 친생자 소송 낸 뒤 6억5000만 원 추가 요구
하지만 A 씨의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A 씨는 자신이 B 씨 부부의 아들을 낳아줬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또 B 씨 부부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언론과 블로그, 매스컴으로 망신당한다” “내일 오천만 원 보내주세요. 그러면 소송도 인터넷 글도 바로 그만둡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A 씨는 각종 웹사이트에 “(B 씨 부부가) 저를 구워삶아 제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갔다”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적은 글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협박을 하며 2012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A 씨가 B 씨 부부에게 추가로 요구한 돈은 6억50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B 씨 부부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해 A 씨를 고소했다.
A 씨의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A 씨가 생활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B 씨 부부를 찾아갔다. ‘건물 해주기로 했잖아’ 하면서 찾아가는 게 반복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어린 나이에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이다. 어른들이 어린 대학생을 괴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B 씨 측은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 필리핀에서 사기 행각…선고 전 법정 구속
A 씨는 해외에서도 물의를 일으켰다. 필리핀 소도시에 거주하던 2015년 한인 동포들에게 가짜 명품 가방을 한국으로 밀수입하는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며 돈을 빌렸다.
한인 동포들은 A 씨가 돈을 수천만 원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며 A 씨의 집으로 몰려갔다. A 씨의 신고로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를 벌이는 ‘코리안 데스크’, 영사관 직원, 해당 지역 한인회 회장이 출동했다. 이 사건은 필리핀 한인 사회에서도 크게 이슈가 됐다. 현지 법원에서도 관련 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한인 동포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A 씨가 돈을 갚지 않아 독촉하니 ‘재력가 집안의 대리모다. 돈 갚는 건 걱정 없다’고 무마시켰다. 그러나 돈은 끝내 갚지 않았다”고 했다.
A 씨가 한국으로 귀국하자 한인 동포들은 A 씨를 쫓아 입국했다. 한국에서 A 씨를 고소했고, 지난해 7월 검찰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같은 해 12월 B 씨 부부가 고소한 공갈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불구속 재판을 받던 A 씨는 올 4월 3번째 재판을 받던 도중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선고 전 법정 구속됐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선고 전에 피고인을 구속하는 건 판사 인생 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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