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임금의 행차다
세 뼘 근정전
무엄한 햇살도
아랑곳없는 알몸
의젓하다
깰세라 보챌세라
온몸의 힘을 팔에 싣고
궁전을 밀고 가는
젊은 부부는 환관이다
험상궂은 사람도 머리 허연 사람도
어여쁜 처녀들도
모두 썩 물렀다
임금의 행차다.
- 임병걸, 시 '유모차'
경복궁엘 갔다가 한 젊은 부부가 밀고 오는 유모차를 보고
한 편 썼다는 시인.
아기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도 있다 하고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 지금,
유모차가 임금의 행차만큼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미래랍니다.
아이의 재잘거림과 웃음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