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음에
남자가 보낸 메시지를 여자는 천천히 다시 읽었다.
짧은 문장 안에 남자가 두 번이나 써 놓은
미안, 이라는 단어가 목구멍을 바늘처럼 찔렀다.
진작 이 말을 할 줄 알았다면 남자와 여자는 헤어지지 않았을까.
죽음조차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남자를 참 많이도 미워했다.
어쩌면 그 힘으로 살았을지도, 여자는 그 힘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
- 김규나, 수필 '인연, 영원으로 빗물처럼' 중에서 -
무엇이 그리 힘든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긁으며
그 흔한 '미안하다'는 말조차 힘들어 하는 것일까요.
남에게 하는 만큼만 배려하고 예의를 지킨다면
서로 상처받을 일도 줄어들 텐데요.
네가 있음에 우리가 있다는 생각만 한다면
사과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버린 어리석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