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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
무게 잰 오늘에게 색깔과 무늬를 맞추고
환승한 노선처럼
어깨에 둘러매거나 손에 드는 기분
부드럽거나 뻣뻣한 재질사이를 오가는 시간의 기울기가 속도를 바꾼다
깍듯한 친절을 내피하고
마우스피스처럼 가지런한 웃음을 끼운 치사량의 내성은
지갑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
손목을 잡혀도
빠져나오는 법을 터득한 표정이 찌푸림을 숨긴다
아무데나 주저앉거나 끼어들지 않는
감정노동
목덜미를 훑는 서늘함도 재빨리 잡아챈다
기분은 외부에서 만들어져 내부로 들어와도
꼬깃꼬깃 접어둔 마지막 결심은 끝내 던지지 않는다
명품을 빼닮은 오늘의 바깥은 어제처럼 명랑해,
시시각각 출시되는 기분은
더욱 정교해지거나 교묘해진다
- 시, '오늘의 기분' -
남자들의 기분은 넥타이로 나타나고
여자들의 기분은 가방으로 나타날까요?
그 기분은 어제처럼 명랑한 기분.
감정노동으로 사는 사람들은
가방처럼 속내를 감추고 언제나 깍듯이 웃어야하지요.
명품을 카피하듯, 더욱 정교한 웃음.
그러나 그런 웃음도 찌푸림보다는 훨씬 낫겠지요.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