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을 바꾼 사랑이어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이륙하는 것이라면 사랑하는 것은 착륙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의 말이랍니다.
이 말을 되짚어보면, 믿음이라는 땅을 완전히 딛고서야만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작이 있으니 결실이 있지만 과정 또한 사랑이어서 어느 단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따질 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언젠가는 식어버리는 것이 사랑이랍니다. 그러나 영영 식은 사랑은 이별의 수순을 밟지만, 사랑이 다른 옷을 입은 채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것이 친밀감이요 헌신이랍니다.
사랑이 표정을 바꾸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어느덧 그 표정에 익숙해지니 말입니다. 너무 칭송하지도, 소홀하지도 않아야 할 존재라지만 그래도 여전히 속을 모르는 사랑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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