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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그레인키(좌)와 클레이튼 커쇼(우)가 15일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엠스플뉴스]
2015시즌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33경기에서 23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모두 3,392개의 볼을 던졌다. 팀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는 32경기에 등판해 222.2이닝을 던졌다. 타자를 상대해 던진 공의 개수는 3,239개였다.
‘SPOTRAC’에 의하면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커쇼다. 3,557만 1,428달러다. 그레인키는 3,400만 달러로 커쇼의 뒤를 잇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3,000만 달러로 3위. 이 셋만이 올해 3,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챙긴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됐으므로 커쇼와 그레인키가 올해 몇 번 경기에 나서고 몇 개의 공을 던질지는 모른다. 지난해는 둘 모두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5시즌 수준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가정하면 대략 둘은 공 한 개당 1만 달러 씩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12일 원- 달러 기준 환율이 1,141.50원이다. 마운드에서 볼 한 개 던질 때 마다 1,140만 원씩 받는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계산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굳이 한 것은 드디어 둘이 맞대결을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4월 1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양팀의 대결에서 선발 등판이 예상된다. 다저스는 12일, 애리조나는 14일 경기 일정이 없는 휴식일이라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로테이션 순서면 둘 모두 15일 등판할 차례다. 이미 애리조나는 팀이 발표하는 게임 노트에 15일 선발 예상 투수로 그레인키를 올려 놓았다(다저스는 선발 예상투수를 컵스와 원정 3연전까지만 발표해 놓고 있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지난 해부터 소속팀이 갈렸지만 맞대결은 없었다. 커쇼는 애리조나 전에 한 번 등판했고 당시 상대 선발은 패트릭 코빈. 그레인키는 지난해 다저스전에 세 번 등판했다. 마이크 볼싱어와 선발 맞대결에서는 승리 투수가 됐지만 이후 두 번은 마에다 겐타와 대결해 모두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다저스전 3경기에서 17.2이닝 동안 13실점이나 했다. 지난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던 그레인키의 성적이 다저스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2012년 12월 FA 신분이던 그레인키가 다저스와 6년 1억 4,7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하면서 커쇼-그레인키 1,2선발 체제가 만들어졌다. 둘이 다저스에서 함께 한 3시즌 동안 104승(커쇼 53승 +그레인키 51승)을 합작했다. 둘이 있는 동안 월드리시즈 진출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흠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그 세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최강의 1,2 선발을 갖고 있는 팀은 다저스였다.
차이가 뚜렷했던 두 고수
차이가 많았던 두 고수 그레인키(좌)와 커쇼(우)(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커쇼와 그레인키는 곧잘 캐치 볼 파트너를 이뤄 훈련 때부터 볼거리를 만들어 주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친한 사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개성이 너무 뚜렷했다. 그저 서로를 인정하는 무림의 고수 같은 사이였다고 할까.
클럽하우스에서도 둘의 라커는 떨어져 있었다. 자신의 루틴을 어김없이 지키는 커쇼인지라 어쩌다 라커 앞에 혼자 있는 커쇼의 친구는 휴대폰이었다. 뉴스를 보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 커쇼가 잠시의 휴식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그레인키의 루틴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매일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더 투자했다. 그레인키의 라커에는 구장에 나올 때 들고 온 신문이 놓여 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신문 읽는 선수는 다저스에서 그레인키가 유일했다. 서로 동선이 달랐고 자리도 떨어져 있으니 둘이 클럽하우스에서 사사로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미디어를 대하는 것 역시 같으면서도 달랐다. 인터뷰에 응해야 되는 상황이면 둘 모두 예의를 다해 성의껏 임했다. 작은 목소리에 잘 알아 듣기 어려운 발성이었지만 그레인키의 대답은 논리가 정연했다. 커쇼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화 하기엔 어색할 때가 있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조크. 알려져 있듯 그레인키는 공황장애(공항장애가 아니다)로 고생했다. 맨 처음 다저스에 왔을 때 인터뷰 도중 기자들과 눈도 맞추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내용을 설명하면서 꼭 기자들이 웃도록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이에 비해 커쇼는 어쩔 수 없는 남부 사나이였다. 워낙 예의 바른 사람이기는 하지만 무뚝뚝함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둘은 세컨더리 피칭에서도 달랐다. 한 번은 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 선수생활을 하다 다시 대학에 진학했던 선수가 그레인키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클럽하우스 문 앞에서 구종 별로 그립을 보여주던 그레인키가 이렇게 말했다. “커브는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그립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떠냐.” 커쇼는 여전히 체인지업을 연마 중이다. 올 스프링캠프에 들어오면서 “수년 동안 체인지업이 과제였으니 올해는 실전에서 던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두 번의 등판에서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한 사람은 체인지업의 달인, 다른 한 사람은 커브의 달인이다. 류현진은 2014시즌에 커쇼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고 나머지는 영상을 보면서 빠른 슬라이더를 실전에서 던진 적이 있었다. 커쇼나 그레인키 둘 모두 누가 물어보면 숨기고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헤어질 때까지 서로에게 비법은 전수받지 않았던 모양이다(받았다는 보도도 없었다). 원래 고수는 그런 것이니까.
둘에게 중요한 2017시즌, 맞대결 결과는?
애리조나로 이적한 그레인키(사진=gettyimages / 이매진스)
커쇼와 그레인키는 2015시즌 역사상 가장 억울한 사이영상 탈락자였다. 그레인키는 이 시즌에 평균자책점(1.66), 승률(.864), WHIP(0.844) 1위였다. 캔자스시티 로얄즈 소속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2009년 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평가였다. 커쇼는 33경기에 등판하면서 2002년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 이후 처음으로 시즌 300탈삼진(301) 기록을 만들었다. 투구 이닝(232.2), 완투(4), 완봉(3)에서도 1위였다. 하지만 둘은 시카고 컵스 제이크 아리에타를 당하지 못했다. 아리에타가 투표에서 1위표 17장을 가져가면서 169.0으로 1위표 10장, 147.0에 그친 그레인키를 제쳤다. 커쇼는 3위였다.
시즌 후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계약서에 들어 있던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했다. 다시 FA가 돼 팀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다저스 잔류가 유력했지만 결국 막판 거액을 베팅한 애리조나로 옮겼다.
둘은 지난해 다저스 시절의 3년 동안과 달랐다. 그레인키는 애리조나 선발 마운드를 이끌어야 했지만 26경기에서 158.2이닝을 던지면서 13승 7패 평균자책점 4.37에 그쳤다. 투구 이닝은 2007년 이후 가장 적었고 평균자책점 역시 2005년 이후 최악(2006년은 3경기만 등판)이었다. 커쇼도 허리 디스크 증상으로 하마터면 수술대에 오를 뻔 했다. 21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래도 12승 4패 평균자책점 1.69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기기는 했다.
커쇼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이던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도 사람임을 보여줬다(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 홈런 3개를 허용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특히 6회 마크 레이놀즈와 헤라르도 파라에게 허용한 연속타자 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커쇼는 이 때까지 1,772.1이닝을 던지는 동안 한 번도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그렉 매덕스가 2,806 이닝 동안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그레인키는 시즌 개막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매디슨 범가너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5.0이닝 2실점으로 미덥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에서는 승리 투수가 됐다. 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6.2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둘 모두 등판 경기 숫자가 적은 만큼 올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초반 출발이 아주 깔끔하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과연 첫 맞대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글 :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
하이 파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