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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생각
바람 쌀쌀한 이 겨울에
병아리 입술 같은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나무 생각,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무는 왜 추운 겨울에 옷을 벗고 오돌오돌 떨고 있을까
봄부터 가을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무거운 잎 무덤을 헐어내고
긴 겨울 강을 건너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을 위해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다가올 봄날에 파릇한 새 옷을 선보이기 위해서일까
순리가 통하는 세상에서야 비로소
나무도 익숙한 버릇에서 벗어나
더 왕성한 푸름의 꽃핌을 위해
유독 겨울에만 시린 세월을 나누어 가지며 무표정의 나무들,
누구도 알지 못하게 쉬임 없는
수많은 뿌리의 물관작용으로 밤을 새워 목마름을 적셔주고
지난날의 아픔을 땅속 깊숙이 묻는 길목에서
우주가 둥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나무의 이정표가 한자리에 머물러 지난여름
시원한 우리들의 그늘을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 박종영 님, '나무생각'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