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의 온정
스무 마리 울음으로 만든 오리털파카
꽥꽥 시끄러운 울음이 소매 끝으로 미어져 나오지
뭉친 깃털 사이사이
되똥되똥 걷던 똥 묻은 궁둥이와
소금쟁이 발등을 적시던 물주름이 들어있네
22 22 쌍쌍이
해거름까지 들여다보던 저수지
둑까지 찍힌 물발자국 누가 다 지운 걸까
쉴 새 없이 물갈피를 넘기던 넓적한 오리발
수백 페이지 물길을 걸어온 부르튼 발바닥은 보이지 않았지
가슴 털을 뽑힌 오리는 어떻게 마음을 진정鎭靜했을까
목을 비틀고 단벌옷을 빼앗아도 사람을 물지 않는
푹신하고 착한,
스무 마리 오리가 나를 감싸네
- 마경덕, 시 '오리털파카' -
누군가를 위해 나를 버리는 일.
일부의 조력은 될 수 있을지언정, 온전히 그런 것은 불가능할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성인이겠지요.
그렇지만 이 추운 날 조금이라도 남을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온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