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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다
옆에 함께 가던 그림자가 앞으로 저만치 가거나
뒤에서 따라오기도 합니다.
그림자는 나의 분신입니다.
그리하여 내 행동을 그대로 베껴냅니다.
내가 기울어지면 그도 기울어지고,
내가 그리워하면 그도 그리워하고,
내가 안타까워하면 그도 안타까워하고,
내가 사랑하면 그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내가 아프면 그도 아픕니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그림자.
빛의 방향이나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는
분신인 듯 하지만
표정과 색도 없는 그것을 그리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면서,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생각도 있고
그림자처럼 생각 속을 따라오는 이도 있으니까요.
때로 실체 없는 것에 붙들리는
불분명한 일상이 힘들기도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서만 드러나는 그림자입니다.
일상에 드리운 그림자도 환한 곳에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
늘 밝은 곳으로 마음이 흘러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