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0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수영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수영대회 때 비치된 생수와 얼음. 남부대 수영장에서는 오는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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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병 필요한데 40만병만 공급
한여름인 오는 7~8월 개최되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생수 부족’ 논란에 휩싸였다. 대회 개막을 39일 앞두고 주최 측인 국제수영연맹(FINA)이 중국 후원업체의 생수만을 사용하라고 요구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2일 광주수영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FINA는 이번 수영대회 기간에 생수 공식 후원사인 중국의 농푸에서 생산된 생수 40만병(500㎖ 기준)을 공급할 계획이다. FINA는 지난 3월 이런 내용을 골자로 농푸 측과 후원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FINA 측의 생수 공급 규모가 알려지자 조직위에 비상이 걸렸다. 조직위가 예측한 생수 수요량(127만병)의 3분의 1에도 못 미쳐서다. 광주시는 대회가 열리는 동안 선수권대회 87만병, 마스터즈대회 40만병의 생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수영대회는 각국의 국가대표가 참가하는 선수권대회(7월 12일~28일)와 동호인이 참가하는 마스터즈대회(8월 5일~18일)가 잇따라 열린다.
지난달 15일 올해 전국에서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광주광역시 전남대 인근 횡단보도에 그늘막이 펼쳐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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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87만병 국산 생수로 대체 추진 중
이에 조직위는 FINA가 제공하는 40만병 외에 나머지 87만병을 국산 생수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생수 공급 독점권을 가진 FINA가 공식 후원업체의 생수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FINA의 요구대로 중국 업체의 생수를 추가 수입할 경우 통관 절차상 시간이 부족해 수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농푸가 생산한 생수는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안에서 사용하고 경기장 밖의 운영인력과 자원봉사자가 마실 생수는 자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푸는 선수권대회의 공식 후원사인 만큼 마스터즈대회나 경기장 외부의 생수 공급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조직위 측 해석이다. 조직위 측은 그러면서 “대회가 열리는 동안 차질 없이 생수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사 관계자에게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준비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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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폭염 예상…5월 15일 ‘폭염주의보’
농푸 측이 생산한 생수가 플라스틱병에 담겨 들어오는 점도 광주시와 조직위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번 대회를 친환경 대회로 치르기 위해 1회 용품인 플라스틱병 등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조직위는 그래서 플라스틱병에 담은 생수나 수돗물 대신 물 공급용 차량을 경기장이나 시청 앞 광장 등에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대회를 앞두고 생수 공급 협상도 제대로 마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지난달 15·16일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대회 기간 폭염이 우려되면서 생수 공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광주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08년 ‘특보제’ 시행 후 전국에서 가장 이른 기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원활한 생수 공급과 대회 기간 무더위 쉼터 1500곳 운영, 쿨링 포그(물안개 분무시설) 가동 같은 다양한 폭염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대회 시민서포터즈 발대식. [뉴시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수영대회는 광주·여수 등에서 열린다. 월드컵축구, 하·동계 올림픽과 함께 세계 5대 ‘메가 스포츠’로 불린다. 광주대회에는 200여 개국 1만5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