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톡 계정을 해킹한 뒤 가족이나 지인인 척 속여 돈을 탈취하는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메신저를 통한 해킹이나 피싱은 네이트온 시절부터 계속돼 왔지만, 최근 들어 블로그와 카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피해사례들이 더 자주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MAU(월간실사용자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4200만명을 돌파했다. 거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범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공격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카카오톡 서버 해킹을 통한 계정정보 유출보다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분실이나 기타 사이트의 계정정보가 유출돼 악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사용자가 똑같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으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 카카오톡 계정을 직접 해킹해 접속하지 않고 이름 등 기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필을 만들어 지인으로 위장, 타깃한 목표에 접근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 한 사용자는 "해외에서 네이버 계정에 접속했다는 문자 때문에 해킹을 의심하고 패스워드를 즉시 바꿨는데, 친언니에게서 전화가 와 내가 90만원을 빌려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며 "프로필 사진까지 똑같이 설정하는 등 수법이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카카오는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사람이 대화를 걸 경우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금전 요구 등의 메시지를 받을 경우 주의해 주세요"라는 경고창을 띄우고 있다. 또 피싱 조직 대다수가 중국에 분포한 만큼 타 국가 번호로 접속된 프로필에는 해당 지역의 국기를 표시한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카카오톡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며 대화를 시작하는 등 의심을 자연스럽게 낮춰 접근하는 만큼 방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전화를 거부하는 '콜 포비아' 현상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음성통화보다 SNS나 메신저를 통한 텍스트 대화가 흔해지면서 이를 범죄에 악용하려는 시도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카카오는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 피해자는 "카카오톡 계정 해킹 후 범죄자가 보낸 메시지에 외삼촌과 언니, 형부, 친구가 모두 속아 넘어가는 일이 발생해, 즉시 카카오 고객센터에 전화해 신고 접수를 했다"면서 "그런데 상담원이 요구하는 대로 신분증과 사진 등을 보내니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와 기가 막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 "카카오톡뿐 아니라 메신저나 SNS를 매개로 한 해킹과 피싱은 앞으로 더 급증할 것"이라며 "특히 SNS는 개인의 사생활이 공개·공유돼 명예 실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결국 사용자 스스로가 주기적인 패스워드 교체 등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