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미디에이트(U-13) 대표팀 윤덕준(사진 왼쪽), 메이저(U-12) 대표팀 이민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화성]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준 감동을 우리가 잇겠습니다.”
6월 22일 화성 드림파크에서 개막하는 2019년 아시아-퍼시픽&중동 월드시리즈 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감독들의 말이다.
한국은 2014년 여름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전력이 만만찮은 대만을 따돌리고 29년 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한국은 본선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한국, 일본,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8개 팀이 참가한 국제(인터내셔널)리그 결승전에선 라이벌 일본을 12-3으로 크게 이겼다.
한국은 미국 지역 8개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일로노이와의 최종 결승전에서도 8-4로 승리하며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리틀야구를 대표하는 두 팀, 4년 연속 ‘2019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본선 진출 도전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리틀야구연맹)
1947년 시작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메이저(U-12)와 인터미디에이트(U-13)로 나뉘어 치러진다. 인터미디에이트는 2013년부터 신설됐다.
한국 리틀야구를 대표하는 두 팀(메이저·인터미디에이트)은 4년 연속 아시아-퍼시픽&중동 월드시리즈 예선 동반 1위에 도전한다. 한국은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14개국 19개 팀이 참가하는 월드시리즈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해야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5월 17~21일 화성 드림파크에서 진행된 한국 메이저 대표팀 선발전에선 이민호 감독(대전 중구리틀야구단)이 이끄는 충청리그 팀이 1위를 차지하며 월드시리즈 예선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충정리그 팀이 한국 대표로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양수호, 정기범, 나진원 등 투수진이 최대 강점”이라며 “야수들도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선이 조금 약하지만, 학생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약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한국 리틀야구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구슬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월 24~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 인터미디에이트 대표팀 선발전에선 윤덕준 감독(경기 성남분당구리틀야구단)이 지휘봉을 잡은 동서울리그 팀이 1위를 차지했다. 6차례 대회 가운데 2번(2015·2018)의 우승을 인터미디에이트 대표팀은 올해도 본선이 치러지는 미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각오다.
윤 감독은 “각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다”며 “훈련을 거듭하며 조직력까지 더해진 상태”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학생선수들은 성장하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월드시리즈 예선을 치르면서도 성장을 거듭할 거로 기대한다. 우리의 최대 강점인 기동력을 살려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리틀야구에선 성적보다 성장이 중요하다”
'2018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메이저 대표팀 귀국을 열렬히 환호하는 학생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학생선수라고 해서 성적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019년 아시아-퍼시픽&중동 월드시리즈 예선을 앞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세계 정상을 목표로 구슬땀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감독들 역시 “학생선수들이 흘린 땀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결과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리틀야구에선 성적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무언가를 가르치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다.
인터미디에이트 대표팀 윤덕준 감독은 “야구하는 어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훌륭한 인성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학생선수에겐 큰 공부가 된다. 학생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길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리틀야구 지도자들은 학생선수의 인성 교육에 큰 힘을 들인다. 한 예로 한국리틀야구연맹은 결과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선 지도자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 감독이 시합 중 학생선수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질타를 하는 일이 없도록 대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하는 이유다.
대중이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감동한 이유는 명확했다. 환한 얼굴로 야구를 즐기는 학생선수들이 전승 우승이란 결과를 낸 까닭이다. 지도자는 병살타를 친 선수를 나무라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격려했고, 학생선수들은 실수한 동료를 탓하기보단 만회를 위해 힘을 합쳤다.
이런 장면은 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매년 반복됐다. 한국 메이저 대표팀이 2015년 아시아-퍼시픽&중동 월드시리즈 예선 대만전에서 패해 본선에 나가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졌다고 해서 학생선수를 나무라는 야구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학생선수들은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메이저 대표팀 이민호 감독은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인성을 갖추지 못한 이는 크게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선수에게 야구 기본기와 인성을 가르치는 게 우리의 임무다. 리틀야구 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배운 걸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학생선수는 성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두 감독은 종목은 다르지만 U-20 축구 대표팀이 남긴 감동을 떠올리며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결승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에 패했을 때도 ‘죄송하다’는 말 대신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면서 승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중은 이 지점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 학생선수들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후회 없이 도전했으면 한다. 웃음 꽃피는 성장기보다 아름다운 드라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