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탐색·낚시·무인 택배 등 / 드론 대중화 5년… 삶 달라져 / 美서 자율주행 드론 대회 개최 / 면허 등 규제 마련 과제로 부상

드론,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종합선물세트다. 4차 산업혁명의 4대 축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가상현실, 드론이다. 이들 중 융합의 총아를 꼽으라면 단연코 드론으로, 이른바 종합선물세트이다. 도서관에서 드론 제작에 관련된 책을 몇 권 보았다. 모두 200쪽 내외의 작은 입문서이다. 모든 책이 소책자임에도 커버하는 범위로 치면 공학백과사전이다. 앞부분에는 프로펠러의 추진력과 양력의 개념이 나온다. 이는 기계공학이다. 중반부에는 드론 제어부를 위한 회로 제작 기법과 전자기판이 나오고 회로가 나온다. 이 분야는 전자공학이다. 뒷부분에서는 드론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기법을 다룬다. 이는 컴퓨터공학이다. 작은 책 한권이 기계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드론의 대중화가 진행된 지 거의 5년이다. 드론 덕분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이제 쉽게 볼 수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깍아지른 험준한 산. 거대한 눈사태를 만들며 내려오는 스키어와 그를 먹어치우려는 듯이 바짝 붙어 쫓아오는 눈사태가 이루어 내는 장관, 집채만 한 파도를 가르며 빠져나오는 서퍼, 120층 건물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는 유리창 닦는 이의 표정,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수만 마리 소떼의 집단이주 등이 그것이다.

원유집 카이스트 교수 컴퓨터 공학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덕택에 우리는 새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드론은 낚시를 비롯한 취미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지역의 탐색도 가능하며 매우 주요한 택배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9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는 신장이식에 필요한 신장 이송에 드론을 사용했다. 이식할 장기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장기가 기증자의 신체에서 적출된 후 최단시간 안에 수술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이건 규제는 본질적으로 대중화에 후행한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1930년대가 돼서야 미국은 운전면허를 도입했다. 지난 6월 1일 캐나다에서 드론 면허제도가 발효됐다. 드론 면허제의 발효는 드론 대중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250g 이상의 드론은 등록이 필수로, 운항자도 반드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면허 취득에 나이제한도 있다. 기본 면허는 14세, 고급 면허는 16세가 돼야 취득이 가능하다. 친기업 정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드론 운항에 대한 규제가 캐나다보다는 덜하다. 캐나다에서와 비슷하게 특정 무게 이상이면 (0.55 파운드, 약 300g) 등록이 필수다. 하지만 취미로 드론을 날리는 사람은 면허가 필요 없다. 몇 가지 제한 조건을 지키면 ‘취미’드론이다. 고도제한(100m 미만), 속도제한(시속 160 km 미만), 시야유지에 대한 제한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제한규정이 또 있다. 취미 드론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탄 비행체가 지나가면 양보할 것’이라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최근 드론과 AI가 만났다. 4차 혁명 분야의 어벤저스 탄생이다. 지난 4월 미국 전투기 제조사 록히드 마틴은 알파 파일럿 자율주행 드론 레이싱 대회를 개최했다. 우승상금이 12억원이다. 드론이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면서 운항하는 대회다. 우승 팀은 인간이 조종하는 드론과 레이싱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설마 드론 조종만큼은 인간이 AI알고리즘보다 낫겠지 하는 조심스런 자만을 해본다. 지난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전 때, 인간의 승리를 예상하다가 대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차마 호언은 못 하겠다.

자율주행 드론 시대가 오면, 면허증을 AI 알고리즘에게 발급해야 할까 아니면 AI 알고리즘 개발자에게 발급해야 할까. 운항 규정을 어긴 AI 알고리즘에게 어떤 제재를 가해야 하나. AI 알고리즘이 제재의 고통을 느끼는 자의식이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어쨌든 AI 드론은 음주운항은 안 할 것이니 한편으로는 안심이다. 어차피 제도는 기술에 후행한다. 나머지 규제는 자율주행 드론이 눈앞에 날아 다니면 그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