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기분
안절부절은 등받이가 없다
팔걸이한 잔소리를 등 뒤로 흘리거나 따끔거리거나 눈치를 바짝 당겨 앉는다 회전하는 표정이 알지 못하는 부로 괼 수 없는 팔꿈치, 아슬아슬한 예의를 두 무릎에 올려도 구석이 불쑥 제 품을 들이민다
팔짱낀 공원이 길게 누워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움이 트지 않는 절벽은 함부로 밀려나지 않는다
빼곡히 끼어 앉은 호흡이 스르륵 눈을 감는다 손잡이에 매달린 환승하지 못한 생각이 덜컹거린다
조른 목을 풀어버린 특별한 호칭은 익숙한 체온으로부터 온다 성이 붙지 않은 이름이 요람의 속도로 흔들린다
다리를 꼬아 앉지도, 헛기침도 없는 민낯 자정으로 기울어지는 하품은 삐걱거리지 않는다
- 시, '의자의 기분'
불안한 자리, 언제 구석으로 처박힐지 모르는 의자. 눈치로 바짝 끌어당겨 앉는 의자 뒤, 편안한 의자는 그 기분을 알지 못할 겁니다. 저기, 팔짱을 낀 채 벤치에 누운 이처럼 아예 더 밀릴 자리도 없는 이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의자에 앉아있곤 하지요. 그러나, 덜컹거리는 대중교통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의자는 민낯으로 앉는 편안한 자리입니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옮겨가는 의자의 기분, 나의 기분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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