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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불이라고 한 말을 뉘우친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숨 쉴 때마다 청소기 흡입구처럼
뒷좌석에 앉은 내 입으로 들어올 것 같다
머리카락보다 비듬이 많은 사내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우수수 검은 양복 위로 떨어진다
여전히 남과 내가 다름으로 숨을 멈추고
치매 요양원에 봉사 간 날처럼
그 노인의 몸에서 떨어지던 비듬
사람의 몸이 겹겹의 비늘로 덮인 것을 처음 알았다
팔과 다리와 얼굴에서
백 킬로그램도 넘는 육신에서
비늘을 다 떨구고야 이승을 떠날 듯
하염없이 떨어지던 흰 가루들
빗자루로 쓸어내며
자원의 봉사를 은행에 적립하기 위하여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위무하던
위선의 웃음들 뒤에
칭찬이 사람을 잡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 많지 않은 적립으로 내가 필요할 때
찾아올 것도 없던 나는
자타불이심을 함부로 말한
빈약한 내 영혼의 잔고 앞에서 뉘우치고 있다
- 손한옥, 시 '자타불이라고 한 말을 뉘우친다'
'자타불이'란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라는 것과 남이라는 것은 그 성품의 자리가 다르지 않으니,
둘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와 남이 하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적이고 보편적이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일상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