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거나, 만져보거나
"추억은 올려다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주인공은 말하지요.
추억은, 생각해보면 가만 들여다보는 것, 고요히 만져보는 것인 듯합니다. 어떤 추억은 수없이 매만져서 반들반들해지거나 해져서 올이 다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러 번 꺼내보아도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오지요. 같다는 것은, 그때 느꼈던 감정이 동일하다는 것. 다른 점은 세월이 보태지면서 조금은 달리 해석되는 것입니다.
어떤 기억은 여전히 거칠게 만져져서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꺼내보고 싶지 않지만, 불현듯 나타나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추억은, 조용히 홀로 다가오는 것. 달콤하거나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2017년은 어떤 느낌으로 남게 될까요.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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