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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시간의 노예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소유는 시간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많이 배운 사람이든
적게 배운 사람이든 젊은이나 노인이나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숨 쉬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보이지 않게 골고루 분배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눈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청순한 꽃의 시간은 어떠한가 생각해 보자
꽃은 시간에 묶인 노예라고 할 것이니
그건 빛남과 어둠 맑음의 간격에서
바람에 끌려와 정해진 시간에 피어야 하는 꽃의 무게,
절박한 꽃의 의무가 있어서다
벌과 나비를 불러오게 하는 순간에서도
꽃핌이 게을러 향기를 더디게 뿌렸을 때,
나무의 뿌리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는 것은
결국 달콤한 열매를 놓치는 불행을 막기 위한 훈육이다
이에 시간의 노예에 갇힌 꽃의 안타까움을
도둑질하는 우리들의 시각 효과,
사람과 꽃의 성장이 함께 하는 순환의 절기에서
생명은 오로지 정해진 시간의 보살핌으로
번식의 욕망을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