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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형 조회 수: 88 PC모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달콤한 과일로 동물을 유혹한다. 동물이 과일을 먹고 먼 곳으로 가서 배설을 하면 씨앗이 멀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상동물 중 어떤 동물이 가장 멀리 씨앗을 퍼뜨릴 수 있을까. 동작이 날쌘 원숭이일까, 치타도 따라잡기 어려운 영양일까. 놀랍게도 정답은 육상 최대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의 캐서린 버니 박사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바이오트로피카'에 "아프리카코끼리가 과일을 먹은 뒤 배설물로 과일 씨앗을 배출하는 과정을 추적한 결과 최대 65㎞까지 씨앗을 옮긴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몸무게 6t, 몸길이 7.5m(수컷 기준)로 코끼리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크다. 코끼리의 씨앗 전파 기록은 아프리카에 사는 버빗원숭이(850m), 둥근귀코끼리(6㎞) 등 그동안 알려진 다른 육상동물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심지어 조류(鳥類)인 나팔코 뿔새(2㎞)보다도 30배 이상 더 멀리 씨앗을 퍼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물에 의해 씨앗이 얼마나 멀리 퍼져나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코끼리 배설물을 활용했다. 코끼리는 매일 과일을 섭취하면서 3200여 개의 씨앗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 있는 아프리카코끼리 4 마리에게 작고 말랑한 씨앗을 가진 멜론을 1주일 동안 먹였다. 이후 수백㎞ 넘는 거리를 따라다니며 코끼리의 배설물을 수거한 뒤 그 안에 있는 멜론의 씨앗을 확인했다.
멜론의 씨앗이 코끼리 배설물로 나오기까지 평균 33시간이 걸렸다. 이를 평소 아프리카코끼리의 이동 속도로 계산한 결과 코끼리는 과일을 먹은 곳에서 평균 2.5km 떨어진 곳에서 처음 배설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가 가장 늦게 배설을 한 것은 과일을 먹은 지 96시간이 지나서였다. 이를 거리로 환산하면 멜론 씨앗의 최장 전파 거리는 65㎞였다. 참고로 조류까지 포함한 동물의 씨앗 전파 최고 기록은 철새의 300㎞였다.
동물이 씨앗을 퍼뜨리면 식물에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일단 더 넓은 지역에서 번식할 수 있다. 또 특정 지역에 창궐하는 병원균의 공격도 피할 수 있다. 일부 식물은 20m에 이르는 코끼리의 긴 소화관을 지나면서 천적을 피해 안전하게 발아(發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니 박사는 "코끼리가 여러 지역에 씨앗을 퍼뜨림으로써 아프리카 지역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만약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멸종하면 식물 생존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동거리가 엄청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