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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인도에서 발명한 '영(0)' 문명을 바꾸다 [구석구석 과학사]

입력 2019.06.19. 09:32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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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명이 숫자를 만들어 냈지만,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있다. 이 숫자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인도에서 발명한 ‘영(0)’이라는 기호다.

수를 세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다. 동물도 수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많고 적음을 비교할 수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는 덧셈과 뺄셈도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눈앞의 사물의 개수를 세는 것을 넘어 곱셈과 나눗셈 같은 추상적 조작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학이라는 거대한 추상의 세계를 쌓아올리는 것은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세 유럽(12세기)의 곱셈표. 자릿수의 개념이 없는 로마숫자로는 필산으로 곱셈을 할 수 없었기에 이와 같은 표를 찾아가며 계산을 해야 했다. / 영국 국립 도서관 홈페이지

중세 유럽(12세기)의 곱셈표. 자릿수의 개념이 없는 로마숫자로는 필산으로 곱셈을 할 수 없었기에 이와 같은 표를 찾아가며 계산을 해야 했다. / 영국 국립 도서관 홈페이지

수학을 일종의 인공 언어라고 한다면 숫자는 그 언어의 기초가 되는 문자라고 할 수 있다. 숫자를 발명한 덕에 인간은 손가락·발가락으로 셀 수 없는 큰 수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정수로 똑 떨어지지 않는 값도 표기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아가 복소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까지 창안했다. 인간은 숫자를 통해 자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감각의 세계 뒤에 숨어 있는 질서를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하여 과학의 시대를 열었다.

서구 근대 수학과 과학의 바탕

모든 문명이 숫자를 만들어 냈지만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있다. 이 숫자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인도에서 발명한 ‘영(0)’이라는 기호다.

영은 단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의 기호가 아니라 ‘위치기수법’의 핵심 요소다. 위치기수법이란 숫자 기호가 놓인 자리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는 숫자 쓰기 방식이다. 예를 들어 2라는 기호를 그냥 쓰면 둘이지만, 20이라고 쓰면 십의 자리가 둘이 있는 것이므로 스물이 되고, 200이라고 쓰면 백의 자리가 둘이므로 이백이 되는 것이다. 이때 영은 그 자리에는 1부터 9 사이의 값이 없음을 나타내지만 그 자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2019라고 쓰면 백의 자리에는 아무 값이 없지만, 0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므로 우리는 219와 2019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위치기수법의 장점은 열 개의 기호(십진법일 때)만 있으면 아무리 큰 수나 작은 수도 자릿수를 맞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위치기수법이 아닌 로마숫자를 예로 들어 비교하면, 로마숫자에서 1은 I이지만 10은 X, 100은 C, 1000은 M과 같이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호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호도 점점 많아질 뿐 아니라 이런 식의 기수법으로는 필산이 불가능하다. 오늘날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도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서너 자리의 큰 수를 자유자재로 곱하고 나눌 수 있지만, 중세유럽에서는 가장 뛰어난 학자들도 큰 수를 곱하거나 나누려면 ‘곱셈표’를 뒤적거려야 했다. 그들의 학문이 얕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쓰던 숫자가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86×47은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를 각각 곱하고 그것을 더하면 되지만, 로마숫자로 CCLXXXVI와 XLVII을 곱하려면(같은 숫자들이다) 자릿수를 맞춰 계산할 재간이 없다. 100이 47보다 크다는 것도 위치기수법으로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로마숫자로 써 놓으면 C가 XLVII보다 크다는 것을 형태만으로는 알 수 없다.

로마와 그 문명을 계승한 중세유럽도 십진법을 썼지만, 0이라는 기호를 생각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위치기수법도 쓰지 못했고 그 결과 수학의 발달이 더뎠다. 특히 기하학에 비해 대수학의 발달이 뒤처졌다. 이에 비해 0을 발명한 인도 문명,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아랍의 이슬람 문명에서는 대수학이 눈부시게 발달했다. 9세기에 활동한 페르시아 출신의 수학자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는 〈인도 숫자를 이용한 계산〉이라는 책에서 0을 포함한 인도 숫자를 이용한 계산법을 정리했고 〈복원과 대비의 계산에 대한 책〉에서는 이항과 제곱근 등을 이용하여 이차방정식을 푸는 법을 정리해 근대 대수학의 기초를 다졌다. 10세기 무렵이면 이슬람 세계 전역에 위치기수법과 분수 표기법 등이 전파됐다.

과학은 인류 공통의 자산

이슬람 수학은 한편으로는 이슬람 왕국이 지배하던 오늘날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지역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지중해에서 이슬람 상인들과 교역하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을 통해 유럽 기독교 세계에 전해졌다. 알 콰리즈미와 그의 책은 영향력이 대단했다. 알 콰리즈미의 이름은 문제 해결의 절차를 뜻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의 어원이 되었고, 〈복원과 대비의 계산에 대한 책〉은 제목이 길다 보니 복원을 뜻하는 ‘알 자브르’라고 간략히 불렸는데 이는 뒷날 대수학을 뜻하는 ‘알제브라(algebra)’의 어원이 됐다.

유럽인들은 시계 문자판과 같은 일상생활에서는 계속 로마숫자를 썼지만, 복잡한 계산을 할 때는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훨씬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12~13세기 무렵부터 수학자들의 책에서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15세기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책의 종류와 수가 크게 늘어나자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대중에게도 친숙해졌다.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동쪽에서 온 것이었다. (아랍인들도 동쪽 인도에서 온 숫자로 여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 동쪽에 살던 한국 사람들이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중국은 원 제국 이후 이슬람 세계와 교류를 통해 아라비아 숫자를 알고 있었지만, 0만 받아들여 천문학 계산 등에 이용하고 나머지 숫자는 그대로 한자를 썼다.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때 서양식 교육을 받아들이면서 아라비아 숫자를 도입했다.

오늘날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세계 모든 이들이 자연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쓰는 기본 도구가 되었다. 특히 서구 근대의 수학과 과학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로 쌓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 과학과 수학은 서구를 벗어나 온세계의 것이 되었으니, 인도-아라비아 숫자도 인류 공통의 자산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쓴웃음을 짓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 5월 한 마케팅 업체에서 “아라비아 숫자를 미국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56%가 반대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편견이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매일 쓰고 있는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라는 이름을 붙이자 뭔가 경계해야 할 낯선 것이 되어 버린다. 인류 공통의 자산인 과학도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 앞에서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게 된다.

무지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두려움을 낳는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 두려움을 가리기 위해 남을 혐오하고 공격한다. 만일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젠더, 다른 계층에 대해 공연한 거리감과 미움을 갖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모르고, 무엇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가.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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