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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피 조회 수: 85 PC모드
치열한 안면인식 기술 경쟁, 현재 선두는?
올해 초 중국에서 어떤 살인범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화제가 된 이유는 범행 자체보다 체포된 과정 때문이다. 범인은 지난 2000년 초 중국 윈난성에서 자신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여성으로, 범행 후 곧바로 도주한 이 여성은 이후 광저우, 선전시 등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가명을 써가며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하지만 십여 년 넘게 도피 생활을 벌여온 이 여성은 중국이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해 온 안면인식 시스템 때문에 덜미가 잡힌 것. 올해 상하이로 여행을 나선 범인이 고속도로 안내소에 설치된 안면인식 CCTV에 찍혀 곧바로 검거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 7개월동안 이 고속도로 CCTV의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40명이 검거됐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ICT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이 급성장한 배경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com)
핀테크, 보안 등의 이유로 지난 몇 년 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생체인식 기술 분야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는 지문인식이 생체인식 기술 시장의 대세였다면 최근 들어 안면인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안면인식(Face Recognition)’ 기술은 얼굴의 대칭적 구도, 생김새, 머리카락, 눈의 색상,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 얼굴의 특징을 알아내는 작업을 지칭한다. 지문인식에 이어 현재 안면인식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현 시점에서는 중국이 먼저 승기를 가져가는 분위기다.
중국의 안면인식 관련 특허 공개 건수는 2017년 900건을 돌파했다. 또 감시 카메라 관련 특허 건수는 53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공개된 감시 카메라 관련 특허(96건)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발표한 안면인식 알고리즘 테스트 결과 상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선점,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퇴근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까지 평균 150개의 CCTV에 찍힌다고들 한다(서울 기준). 2015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는 약 795만대. 한 해에 11% 정도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까지 약 1천만 대의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라고 했을 때 CCTV 1대 당 5명을 커버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CCTV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이 평가하며 설치를 늘려달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중국은 어떨까? 한 대만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에 1인당 CCTV 2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이 신문은 IT 시장조사기관인 IDC를 인용해 중국의 스마트시티(Smart City) 프로젝트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27억6000만 대의 CCTV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인구가 약 14억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약 2대인 셈이다.
중국의 CCTV는 우리나라의 CCTV와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 CCTV가 범죄 예방을 위한 방범용인데 반해 중국의 CCTV는 감시와 검거를 위한 사회 통제용이다. 중국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면인식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중앙정부의 감시를 돕기 위함이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보다 어려운 ‘범죄 예방 vs 사회 통제’
중국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역시 CCTV를 통한 영상 감시가 주목적이다. 중국의 CCTV는 안면인식 기술을 통한 행인 정보 추적시스템(천망)과 연동되어 있다. ‘천망(天網·하늘의 그물)’은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영상 감시 시스템으로, CCTV를 통해 찍힌 사람들의 이름과 나이, 성별, 복장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반부패·반범죄 시스템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이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판별하는 CCTV와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해 범인을 가려낸다. 인공지능 감시·추적 시스템인 천망의 영상 화면을 보면 길거리 CCTV에 찍힌 사람에 인공지능이 분석한 성별·연령대 등의 정보가 꼬리표처럼 실시간으로 따라붙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공안들의 스마트 안경을 결합했다. 이 스마트 안경은 0.1초 만에 최대 1만 명의 얼굴을 스캔해 개인의 신상 정보와 범죄 수배 여부를 알려준다.
중국 상하이 메트로는 2017년 1월 안면인식 보안시스템을 도입한 뒤 3개월 동안 567명의 범인을 지하철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푸젠성 샤먼시에서는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이후 버스 소매치기 사건이 3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상 생활에 자리잡은 안면인식 기술
범죄 예방이나 사회 통제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급속히 대중 속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9월 3D 안면인식 잠금해제 기능(Face ID)을 지원하는 '아이폰 X'를 공개했다. 중국 업체인 샤오미는 애플 아이폰 X 보다 하루 전에 업계 최초로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한 미노트(Mi note) 3를 선보였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2015년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독일 하노버 국제정보통신 박람회인 세빗에서 '안면인식 결제'를 선보인 이후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는 은행 ATM기기, 학교, 식당, 기차역,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서까지 얼굴인식 기능이 활용되고 있다.
중국 자오상(招商) 은행, 농업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일부 ATM 기기에 안면인식 기능을 추가해 카드 없이도 예금인출이 가능하고 베이징사범대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신입생 등록시스템, 기숙사 출입시스템에 도입해 학사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또 항저우의 레스토랑에서는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얼굴을 인식한 후 카드번호와 연결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중국 내 일부 공중 화장실에서는 화장지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인식하면 70cm의 휴지만 나오는 기계를 도입하기도 했다.
안면인식 기술, 빅브라더 사회로 이끄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빅브라더라는 독재자가 나온다. 빅브라더는 소설에서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은 심지어 화장실에도 설치되어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도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스카이넷이라는 사회적 감시망이 나온다. 빅브라더와 스카이넷의 공통점은 인간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공상영화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두려움이 더 크다. 요즘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런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안면인식 기술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엄청난 CCTV 기반 안면인식 감시망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출 수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기술 발전을 둘러싼 해묵은 고민은 앞으로도 반복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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