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다. 그 아버지였던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도 미남으로 유명했다. 그는 살아있을 당시 세계인들에게 ‘가장 연애하고 싶은 정치인’에 대해 조사하면 줄곧 Top 3위 안에 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젊은 현직 캐나다 총리 역시 만인의 연인처럼 받아들여 지는 게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의 인기 이유가 꼭 잘생긴 외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파격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대국민 PR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뤼도는 얼마 전 내각을 구성하면서 과반수를 여성으로 채워 화제가 되었다.
그 근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트뤼도는 ‘2015년이잖아요’라는 ‘젊은 답변’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공항으로 들이닥친 시리아 난민들을 맞이하는 ‘인간애’도 트뤼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유럽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시리아에서 몰려든 난민들을 부담스러워했던 반면, 트뤼도는 앞으로도 캐나다가 적극적으로 그들을 수용할 방침을 밝힘으로써 ‘튀는 행동’을 했다. 그의 행보에 대해 반짝 인기몰이에 지나지 않는 쇼맨십이라는 일각의 회의적 시선이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트뤼도식 정치를
낙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요즘 국제 사회에서 보기 드문 통합과 감성의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여느 정치인들이 자기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작고한 케네디 전 대통령 외에 선뜻 떠오르는 이가 없다. 국가 지도자가 인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경우는 흔치 않은 듯 하다. 트뤼도는 정치인이 되기 전 다양한
직업 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서빙’
알바를 하기도 했었고,
경호원으로도 일했다. 영화 엑스트라로 출연하거나
프랑스어 문학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도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어느
경제인이나 정치인 2세의 고속 출세 경로와는 차원이 다른 인생 경로다. 트뤼도의 가장 큰 영향력은 국민 감성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삶을 어루만질 줄 아는 생각의 깊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역시도 아버지에게서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근본은 지극히 민주적이라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 아닐까. 우리네 정치인들 중에는 유난히 2세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친에 버금갈 만한 자기 철학을 구축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후문에 의하면 정치인 2세라는 사실이 내년 총선 공천의 이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단다. 이미 아버지 대에 충분히 권세를 누렸는데, 그 아들이 선거구를
승계할 만한 명분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만약 2세 출신 자녀들이 충분히 자신만의 매력과 영향력을 구축해 놓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기도 하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성공사례가 정치인 2세들에게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상에서 자기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이들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상이 트뤼도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것, 공공연한 논쟁과 문젯거리를 만들어 주목받기보다는
미담(美談) 하나에 더
집중하는 것, 그것을 통해 ‘치명적인 매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생존 전략이니 말이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정치는 어떠한가.
나눠 줄 가치가 없고, 심지어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정치인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화려한 언변과 선동꾼이 아닌 진짜 매력적인 정치인은 우리 나라에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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