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엿새째 방북 예술단의 첫 공연 실황을 방송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시 관객석이 북한 체제 선전을 맡은 악단 관계자 등으로 채워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비판해온 북한은 공연 장면을 편집해 내보낸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걸그룹 레드벨벳의 무대를 통째로 삭제했다.
한 탈북자는 6일 채널A에 출연해 “앞좌석에 청봉악단이 자리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청봉악단은 2015년 7월 왕재산예술단 연주자들이 주축이 돼 창단된 금관악기 위주의 경음악단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했던 삼지연관현악단 소속 가수 등도 객석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체제 선전을 맡은 악단 출신 외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자리를 채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 관계자를 인용해 방북 예술단 공연 관객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30대를 우선 선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외국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어 공연을 봐도 동요하지 않을 이들을 선별했다는 것이다.
13년 만에 열린 남측의 북한 평양 공연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걸그룹 레드벨벳은 정작 북한 매체에선 공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조선중앙TV가 레드벨벳의 무대를 통째로 편집했기 때문이다. 레드벨벳은 총을 쏘는 듯한 안무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관객을 가리키는 안무로 수정하기도 했다. 예술단 다른 가수의 공연에는 무대 화면에 가사 자막을 띄웠지만 레드벨벳이 선보인 ‘빨간 맛’은 가사 자막도 내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그동안 케이팝 등 한류 문화를 가리켜 ‘남조선 날라리풍’으로 배격해 왔던 만큼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부르주아 반동 문화를 짓눌러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4일에도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 소식을 3분 20초 정도 방영하면서 남북 가수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공연장에서의 음악 실황을 내보내지는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