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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생되지 않는다
일주일분의 내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한 칸 한 칸 나를 충전하는 시간,
다급할 것도 딱히 필요할 것도 없는 걸음이
관심에서 방전된 물건들을 훑습니다.
복고의 바람을 깔고 앉아야만 비로소 재생되는 것들.
몇 배의 몸값을 얻는 신분상승도 얻지만
헐값에라도 팔려가기 위해서
성깔이며 자존심은 다 내려놓은 것들입니다.
태엽만 감으면 미래의 시간에 닿을 것만 같은 시계와
끊어진 길 잇고 싶은 신발과 누군가의 어깨를 내려놓은 가방.
다시 인연을 돌리고 싶은 다이얼전화와
고슬고슬 오후를 뜸 들이는 전기밥솥.
아날로그와 한물간 디지털이 모여 앉은 풍물시장엔
제 시절로 돌아갈 내비게이션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한 시대를 누볐어도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재활되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들.
나는 어느 가슴에서 한번쯤 재생될 수 있을까요.
추억과 복고는 한솥밥을 먹는다고 하지만
한번 쓰고 폐기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먼 스무 살입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