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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행자
골목을 뒤진다고 도둑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더러 ‘길’이라고 선심 쓰듯 불러주지만
쓸쓸한 노숙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답니다
도둑도 길도 마뜩찮아 절간으로 거처를 옮긴 행자를 알고 있습니다
햇살 덮고 달콤한 낮잠 들다가도 자리 털고 일어나 말씀 귀담아 듣는 행자
진지한 그림자를 봉당에 벗어놓기도 한답니다
어둔 길 짚는 보살들 걱정돼 뒤따라가
걸음 멈추면 따라 멈추고 뒤돌아보면 딴청 피우기도 한답니다
고생하셨는데 드시지요, 특별공양 맛있게 자셔도
지나는 벌레며 새들에게 한술씩 들고 가라고 남겨둔답니다
공양간 기웃거리는 서생원은 겁줘 보내면 그만,
늦은 밤 절 한 바퀴 휘 돌고 오면 하루가 문을 닫는답니다
근황 궁금한 그곳, 행자님 여전히 수행전념 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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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찰에서 만난 고양이를 기억합니다.
줄곧 따라오기에, 좋아하는 포 하나 사서 길에 놔주었더니
반쯤 먹고 가버리더군요.
동물에게 행자니 스님이니 이름 붙일 수 있을까, 하겠지만
한편, 미물도 없으니 서로 어우러져 가는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