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L 링크 : |
---|
그네를 타는 저녁
남을까, 갈까, 줄을 나눠 쥔 마음도 두 가닥
왁자한 귀가는 멀어 수없이 불러보는 이름은 솔기가 해지고
확신 없는 그림자가 저녁으로 건너간다
허겁지겁 주머니마다 발걸음이 가득한 그때는
한 사람에겐 너무 이르거나 또 한 사람에겐 너무 늦은 시간
손에 쥔 열쇠가 한 곳에만 맞듯 나는 왜 한 명에게만 맞아야했을까
기댈 곳 없는 생각을 발끝 세운 바람이 밀어주는
그네는 가장 편안한 공중의자
납작해진 발아래를 쓰윽 찔러보면
나보다 더 깊숙한 웅덩이가 올려다본다
나를 밀어낸 거리는 꼭 그만큼 너를 되돌려 보내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면 다시 어제로 뒷걸음질 치는데
뭉클한 햇살을 찍어 그림자가 가로쓰기를 한다
허리춤에서 꺼낸 울음과 웃음이 한 행에서 만나듯
같이 깨어있고 같이 저물 수 있을까
더 높이, 더 멀리 가는 것들은 이미 오래도록 흔들린 것들
빈 놀이터가 비닐우산처럼 접혀있다
- 최연수, 시 '그네를 타는 저녁'
할 일은 많은데, 아무도 없는 집으로 서둘러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를 반겨줄 이가 없는 고요함 혹은 적막함.
어른이 된지 한참이나 지났어도 그런 감정은 남아있습니다.
사람의 온기만큼 필요한 것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가족들이 모두 돌아온 저녁,
따뜻한 대화로, 밥으로, 정을 쌓아가는 것이 현대인에게는 필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