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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갈 거야 멀리, 아주 멀리,
여린 후박을 키우는 뭍은 여직 푸른 깊이조차 잴 수가 없는데
바람을 신고 날아가고 싶어도
누군가 돌아올 시간이 누군가는 떠나갈 시간
날개는 얼마나 가벼운지
근지러운 비밀이 슬몃 고개를 내밀 것 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릴 것 같은
침묵을 벗은 허공이 날아가는 순간, 바람은 행방을 묻지 않았어
기억을 베끼는 푸석한 뿌리는
일어선 자리가 흔들려 다시 주저앉는 거라고
그만큼만 나앉은 나는 뿌리를 경배했나
돌아올 노선을 몸에 새긴 그 나비처럼
뉘엿뉘엿 펼쳐놓은 노을이 깊은데
잊지 않고 찾아들 품, 거짓말처럼 돌아올 그를 믿은 걸까
제비듯 나비듯 뒷모습만 벗어두고 가버렸어
시린 봄을 떠밀고 나비는,
날게, 날아가게
- 최연수, 시 '청띠제비나비'
요즘 흰나비가 부쩍 보이더군요. 작은 날개만 봐도 마음이 가볍지요.
그러나 든든한 뿌리가 있기에 나비도 찾아드는 것일 테지요.
남쪽에만 서식한다는 청띠제비나비.
제비 같기도 하고 나비 같기도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나비처럼 자유롭게, 가볍게 훨훨 나는 오월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