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일간 추천 베스트 |
놀이터 일간 조회 베스트 |
작성자: shc1985 조회 수: 380 PC모드
• 기사 출처 = https://macnews.tistory.com/5741
1.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디자인
6년전에 발표된 맥 프로는 워크스테이션 중에서는 전례 없는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기존 맥 프로에 비해 훨씬 작은 면적에 CPU 하나, GPU 두 개를 투입했고 이를 통합 쿨링 팬으로 식히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쿨링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과 쿨링 방식 자체는 좋았지만(링크) 애플이 설계한 쿨링 시스템은 전문가용 CPU와 두 개의 GPU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작은 솔루션이었다. 덕분에 장기간 작업을 진행하다 컴퓨터가 뻗어버리거나 예상보다 빨리 컴퓨터가 고장이 나는, 프로용 솔루션으로 부적합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PCI-e 슬롯으로 확장 모듈을 꽂을 수 없었고, 애플은 그 대안으로 6개의 썬더볼트 2 단자를 제공했다. 물론 썬더볼트는 PCIe 레인을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PCI-e 슬롯으로 확장하던 기능들을 썬더볼트로 대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새로운 맥 프로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기존에 사용하던 확장카드와 그 확장 카드와 함께 동작하던 주변기기들을 모두 교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탄 맥 프로는 기존에 맥 프로가 구축했던 지위를 확장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지위를 지켜내는 것조차도 실패했다. 심지어 애플의 부사장인 필 쉴러와 크레이기 페더리기는 당시 설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듈화된 맥 프로를 재설계해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링크).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번 WWDC에서 발표된 것이다.
맥 프로의 전반적인 형태는 연탄맥 이전으로 회귀했다. 전통적인 데스크톱의 모양으로 복귀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당시 디자인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지니는데 바로 전 후면에 뚫려 있는 독특한 모양의 반복되는 구멍 패턴이다. 물론 이 디자인은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디자인이 이번 맥 프로는 기능적인 면에 가장 충실함을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맥 프로의 디자인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디자인계의 격언을 잘 따르고 있다. 새로운 맥 프로는 ‘강력한 성능과 그에 걸맞는 쿨링 솔루션’, ‘쉬운 확장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자인되었다. 새로운 맥 프로는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과 겉을 덮는 알루미늄 케이스로 이루어져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은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구조이자 손잡이, 지지대로 동시에 기능한다. 네 기둥으로 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맥 프로는 모든 면에서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형태를 띤다. 또한 이런 접근은 시스템 쿨링에도 유리하다. 양면 메인보드를 설계함으로써 전면에 위치한 큰 메인 팬 세 개는 CPU와 그래픽 카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메모리와 파워 서플라이 유닛, 스토리지는 별도의 블로워 팬으로 식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위를 덮는 통 알루미늄 덮개는 부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전면 팬 세 개가 발생시킨 공기 흐름이 히트파이프를 통과해 뒷면으로 빠져나가는 단일 방향 흐름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런 방식의 패시브 쿨링은 이미 고성능 서버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번 맥 프로의 전, 후면에 있는 희한한 모양의 구멍은 사실 입체적인 구조를 띠고 있는데 그래서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애플이 이렇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고 깎는 데 돈도 많이 드는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앞뒷면 전체에서 공기 흐름에 방해되는 구조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이다(아래 그림).
이처럼 맥 프로의 디자인은 철저히 맥 프로의 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비싼 애플 기기답게 맥 프로의 마감이 매우 뛰어났음은 물론이다.
2. 다른 것에 ‘비할 만큼’ 강력한 성능: CPU, 메모리, GPU
맥 프로의 성능 역시 매우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다. 맥 프로는 인텔의 Cascade lake 기반의 제온 W CPU를 탑재하고 있다. Cascade lake는 기존 스카이레이크-SP 기반의 워크스테이션 프로세서에 하드웨어 단위의 보안 패치(멜트다운, 스펙터 대응)가 추가되고, 최대 메모리 지원 용량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또, 공개된 Cascade lake 기반의 모든 제온 W는 6채널 메모리를 지원하는 것 역시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이번 맥 프로는 8코어 모델부터 6채널 메모리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맥 프로의 CPU는 최대 28코어(56 스레드)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CPU는 소켓 방식을 공유하지만 공식적으로 사후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즉 기술적으로 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CPU를 교체할 경우 사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사용자는 듀얼 CPU 구성이 안 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듀얼 CPU 구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제품 디자인이나 쿨링 시스템이 완전히 재설계되어야 하는데 단일 CPU가 더 많은 코어를 지원하면서 두 개의 CPU를 사용하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이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있는 것도 애플의 이런 결정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두 개의 CPU를 사용하면 CPU간에 캐시 메모리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여기에 충분히 신경써서 앱을 개발하지 않으면 코어 수가 늘어난 데서 오는 속도 향상을 누리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구성 가능한 최대 메모리 용량도 크게 늘어났다. 8코어, 12코어, 16코어 CPU를 선택할 경우 메모리를 최대 768GB, 24코어나 28코어 CPU를 선택한 경우 최대 1.5TB까지 메모리 확장이 가능하다. 대규모 데이터셋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이나 머신 러닝 작업 등을 할 때 최대 메모리 용량이 크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보조 기억장치에 접근하는 빈도가 줄어들어 전체 처리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있다. 거기에 12코어 CPU 부터는 2,933MHz 메모리 클럭을 지원하는데 여기에 6채널 메모리 지원이 더해지면 최대 메모리 대역폭이 140GB/s에 달한다.
그래픽 유닛 역시 흥미롭다. 애플은 MPX 커넥터라는 새로운 규격을 사용했는데, 기존의 PCI-e 커넥터 외에 추가적인 커넥터를 이용해 추가 대역폭과 475W에 달하는 추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 두 번째 커넥터가 제공하는 대역폭은 그래픽카드 뒷면에 썬더볼트(디스플레이 포트와 시스템과 직결되는 썬더볼트 포트를 겸하는) 포트 네 개를 추가하는 것, 혹은 내장된 썬더볼트 포트로 디스플레이 출력을 우회시키는 기능을 가능하게 해 준다.
애플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그래픽 유닛은 라데온 프로 580X이다. 라데온 프로 580X는 5.6 TFLOPS의 단정밀도 연산성능을 가졌는데, 이는 아이맥 프로에 기본 탑재된 베가 56보다 낮은 성능의 그래픽 유닛이다. 맥 프로가 제공하는 기본 옵션의 그래픽카드는 맥 프로의 강력한 CPU 성능을 원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워크로드에 그래픽 유닛이 사용되지 않은 전문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사용하는 등 많은 픽셀을 그려내야할 수 있기에 최소한의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는 듯하다. 라데온 프로 580X 옵션을 선택하게 되면 PCI-e 슬롯을 한 개만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강력한 그래픽 성능이 필요 없는 사용자에게 추가적으로 PCI-e 슬롯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라데온 프로 베가 II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이 그래픽카드는 AMD의 일반 소비자 대상 그래픽카드에는 대응되는 모델이 없고,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인 MI 60과 같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이 그래픽카드의 칩은 7nm 공정에서 제조되었으며 32GB HBM 메모리를 사용하여 최대 1TB/s의 엄청난 메모리 대역폭을 자랑한다. 단정밀도 연산 성능의 경우 14.1 TFLOPS로 라데온 프로 580X의 2.5배에 달하며, 엔비디아의 쿼드로 GV100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또, 라데온 프로 베가 II가 MI 60과 완전히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면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에서 제거되는 배정밀도 연산 유닛이 보존된다는 점 역시 차이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라데온 프로 베가 II는 맥 프로가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그래픽 옵션이 아니다. 애플이 맥 프로와 함께 공개한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는 한 카드에 라데온 프로 베가 II 칩 두 개가 올라간 형태이다(그리고 비교할 수 있는 카운터파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맥 프로와 함께 최초 공개되었다). GPU당 32GB의 HBM 메모리가 할당되고, 각각의 코어 성능은 라데온 프로 베가 II와 동일하다. 이 두 GPU는 AMD의 ‘인피니티 패브릭’에 의해 연결되는데 이 때 제공하는 대역폭은 84GB/s로 PCI-e 3.0 x16이 제공하는 대역폭의 5배에 달한다. 이런 GPU간의 고속 통신은 여러 GPU를 동시에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성능 저하를 줄여줄 수 있다. 라데온 프로 베가 II의 최대 연산 성능은 단정밀도 기준 28.4 TFLOPS로 범용(텐서 OPS 등과 비교했을 때) 부동소수점 연산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그래픽카드라고 볼 수 있다.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할 경우 라데온 프로 베가 II나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를 두 개로 구성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각각의 그래픽 카드는 역시 AMD의 ‘인피티니 패브릭’으로 연결된다. 다만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 두 개를 사용할 때 인피니티 패브릭이 4개의 GPU 모두에 완전 연결(6개의 연결)을 제공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 라데온 프로 베가 II나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의 경우 높이(맥 프로를 세웠을 때 기준)가 높아 추가적으로 하나의 PCI-e 슬롯을 가리게 되는데, 이를 그래픽 카드의 후면의 추가적인 4개의 썬더볼트 3 포트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어 보인다. 만약 라데온 프로 베가 II나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를 두 개씩 사용할 경우 맥 프로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썬더볼트 포트 4개에 더해(시스템 상단 2개, 기본적으로 꽂혀 있는 애플 PCI-e IO카드에서 제공하는 2개) 총 12개의 썬더볼트 포트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맥 프로에 표준 PCI-e 슬롯을 사용했기 때문에 적절한 드라이버 지원만 있다면 애플이 제공하는 그래픽카드 외에 다른 그래픽카드를 꽂아 쓰는 것도 가능하다. 맥 프로는 이 때 각 MPX 베이마다 두 개의 8핀 커넥터를 통해 추가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애플의 MPX 규격 그래픽 카드는 두 번째 커넥터에서 추가 전원을 공급받음). 다만 이 경우에는 그래픽 출력을 시스템의 썬더볼트 포트로 연결시켜주는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
기본 스토리지의 경우 최신의 다른 맥들과 유사하게 T2칩에 포함된 SSD 컨트롤러에 의해 구동된다. 따라서 스토리지에 저장되는 내용들은 실시간으로 암호화되고, 이를 읽어낼 때는 실시간으로 복호화된다. 애플은 맥 프로에 제공되는 스토리지가 최대 2.6GBs 순차 읽기, 2.7GBs 순차 쓰기 성능을 낼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는 아이맥 프로의 스토리지 최대 순차 읽기, 쓰기 성능에 비해 오히려 낮은 성능인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조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옵션이 제공되기 때문일 수 있다). 기본 모델은 256GB 모듈 하나로 구성되어 있으며, 1TB, 2TB, 4TB 옵션은 각각 절반 용량의 모듈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SSD 컨트롤러가 다르게 말하면 기본 모델에서 제공하는 256GB 모듈은 애플이 주장하는 최대 순차 읽기, 쓰기 성능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성은 이번 맥 프로에 접근 가능한 SATA 포트가 있고, 접근할 수 있는 PCI-e 슬롯이 많다는 점에서 이해 가능한데, T2 칩에 의해 암호화되는 고속 SSD가 필요한 경우 애플이 제공하는 더 높은 스토리지 옵션을 선택하거나 애플이 제공할 스토리지 업그레이드 구성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가 필요 없다면 M.2 연결을 제공하는 PCI-e 카드를 활용해 고속 SSD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빠른 속도의 SSD가 필요하지 않다면 SATA 포트를 이용해 SSD를 연결하거나 하드 디스크를 추가할 수 있다(링크 페이지의 J2i 같은 제품을 맥 프로 내부에 장착해 하드디스크 베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개한 하드웨어들은 맥 프로가 아닌 워크스테이션으로도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CPU나 메모리는 완전히 동일하게, CPU는 경우에 따라 2CPU 까지도 장착이 가능. 그래픽 유닛의 경우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 대신 그래픽카드 네 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스토리지는 PCI-e 레인에 연결되는 M.2 SSD를 사용해서. 다만 MPX가 제공하는 추가 기능들은 일반적인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애프터버너와 같이 애플이 직접 설계한 전용 하드웨어가 얹어진다면 특정 작업에서 맥 프로가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3. 비할 데 없이 강력한’ 애프터버너
애프터버너는 ProRes나 ProRes RAW 코덱의 전용 하드웨어 가속기이다. 사실 FHD 해상도 정도의 ProRes 코덱을 편집하는 등의 작업에서는 굳이 애프터버너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애프터버너가 진가를 발휘하는 영역은 고해상도(4K 이상)의 그 중에서도 특히 모든 픽셀의 색상 정보를 손실 없이 담는 ProRes RAW를 편집하는 부분이다. 애프터버너는 최대 3개의 8K ProRes RAW를 초당 30프레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때 애프터버너가 초당 처리하는 픽셀의 개수는 30억개에 달한다(최대 63억개의 픽셀 처리 속도는 ProRes RAW가 아닌 경우 기준으로 보임).
우리는 모두 영상이 정지 상태의 이미지를 빠르게 돌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지 사진을 그대로 저장하게 되면 용량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에 영상을 저장할 때는 여러 압축 알고리즘을 동원해 용량을 줄인다. 반대로 말해서 실제로 우리가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이 압축을 해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상을 압축하는 과정을 인코딩, 압축을 해제하는 과정을 디코딩이라고 부른다. 당연하겠지만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먼저 디코딩해야 한다. 4K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들은 저장되는 용량 자체가 클 뿐 아니라 이런 디코딩 작업 역시 오래 걸린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최종적으로 배포되는 코덱의 경우 CPU나 GPU에 해당 영상을 디코딩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내장되어 있어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이런 전용 하드웨어의 덕을 보지 못하는 포맷들은 디코딩 작업을 온전히 CPU가 떠맡아야 한다. 기존에는 고해상도 영상에 별도의 처리 없이 편집을 하게 된다면 CPU는 영상을 디코딩하고 편집하는 데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4K 이상의 해상도에서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단순히 처리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편집이 불가능하다, CPU외에도 고해상도의 비트레이트가 높은 영상의 경우 해당 영상을 스토리지에서 읽어들이는 작업도 컴퓨터를 느려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래서 많은 영상 제작자들은 이런 고해상도 영상을 먼저 저해상도 영상으로 변환한 뒤(프록시 생성) 저해상도 영상에 대해 편집을 하고, 최종적으로 편집된 내용을 그대로 고해상도 영상에 입혀내는 렌더링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프록시를 생성하려면 역시 고해상도 영상 파일을 디코딩하고 해상도를 줄인 뒤 다시 인코딩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만약 편집용 컴퓨터가 한 대라면 프록시를 하는 시간 동안은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두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면 이런 과정을 파이프라인화 해서 관리할 수 있다. 한 대의 컴퓨터에서는 프록시를 생성하고, 프록시 생성이 완료된 영상에 대해 편집을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예 세 대의 컴퓨터를 사용해 한 대는 프록시, 한 대는 편집, 한 대는 렌더링과 같은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다만 이런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지만 실제로 편집에 사용하는 컴퓨터는 한 대 뿐이다). 하지만 컴퓨터 공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상적인 파이프라이닝을 위해서는 각 파이프라인 단계에 걸리는 시간이 균질해야 하고, 쉬지 않고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링크). 불행하게도 영상 편집 워크플로우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프록시에 걸리는 시간과 영상을 편집하는 시간, 렌더링을 수행하는 시간은 균질하지 않으며, 사람이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세상에서는 쉬지 않고 작업이 이어질 수 없다.
다르게 말해 이런 프록시 작업이 사라질 수 있다면 영상 제작자들의 생산성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애프터버너의 진가는 여기서 나타난다. 애프터버너는 ProRes 코덱의 영상을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해줌으로써 CPU를 디코딩 작업에서 해방시킨다. 다르게 말하면, 이제 고해상도 영상을 프록시 없이 편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원본 영상에 바로 편집을 수행하게 되면 미리보기로 고해상도 영상을 직접 보면서 작업할 수 있고, 파이널 컷 프로의 백그라운드 렌더링 기능을 이용해 최종적으로 렌더링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것도 일종의 파이프라이닝; 한 컴퓨터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를 뿐), 렌더링 시에도 CPU 타임을 디코딩에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디코딩된 이미지에 효과를 입히고 인코딩하는 작업에만 집중하여 순 렌더링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을 애플이 처음 했을 리는 없다. 이미 영상 촬영용 카메라의 끝판왕 중 하나로 여겨지는 RED는 RED ROCKET-X라는 PCI-e 기반 영상 가속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카드의 성능은 4K 영상을 실시간보다 빠르게 다루는 정도고 가격은 $6,750이다. 물론 서로 다루는 코덱이 다르고 SDI 출력 등을 지원하는 등 RED ROCKET-X가 가지는 고유의 기능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1:1로 비교해서 RED ROCKET-X를 비판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거기에 애프터버너 카드의 가격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이 직접 디자인한 애프터버너에 더해 고성능 CPU, 많은 메모리, 고성능 그래픽카드, 굉장히 빠른 SSD를 갖춘 맥 프로가 고해상도 ProRes 편집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를 구축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른 코덱과 플랫폼에서 이런 생산성을 흉내낼 수 없다면, 맥 프로는 가격과 관계 없이 다른 플랫폼의 전문가들을 끌어올 만한 매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다만 애플이 한동안 맥 프로 라인업을 공백에 가깝게 비워왔기 때문에 예전 맥 프로가 구축했던 아성은 많이 깨진 상태다. 또 아직은 4K를 넘어서는 초고해상도 편집 수요는 많은 편은 아니고, ProRes RAW를 이용하는 생태계는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애플이 엄청나게 매력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애플의 새 맥 프로와 애프터버너가 영상 편집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4. 나머지 요소들과 아쉬움, 그리고 기대
새 맥 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했지만, 여전히 남은 이야기들이 있다. 위에서 간단하게 언급한 것처럼 맥 프로는 T2 칩을 탑재해 기본적으로 탑재된 SSD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암, 복호화 할 뿐 아니라 보안 부팅 기능 역시 제공한다. 사실 T2 칩이 제공하는 이같은 보안 기능은 일반 사용자가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또, 맥 프로는 PCI-e 슬롯을 통한 확장 외에 외장 포트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 케이스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썬더볼트 3/USB-C 포트 2개와 후면 애플 기본 IO 카드에서 제공하는 썬더볼트3/USB-C 포트 2개, USB-A 포트 2개, 그리고 10Gb 랜 포트 2개를 기본으로하고, 라데온 프로 베가 II나 라데온 프로 베가 II 듀오 하나당 추가되는 썬더볼트 3/USB-C 포트 4개가 제공된다. 만약 더 다양한 입출력단자를 원한다면 비어 있는 PCI-e 슬롯(애플이 제공하는 슬롯을 채우는 옵션을 모두 선택했다면 2개가 남는)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스플레이 연결 역시 화려하다. 최대 12개의 4K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고, 최대 6개의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연결할 수 있다(2개의 그래픽 카드를 모두 사용했을 때). 이 값이 각 모니터를 30Hz로 구동시키는 값이라면 맥 프로는 초당 30억개에 달하는 픽셀을 그려내는 것이고, 이 값이 각 모니터를 60Hz로 구동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면 맥 프로는 초당 60억개에 달하는 픽셀을 그려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형 맥 프로와 이번 WWDC에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거대한 딥러닝 모델을 맥에서 직접 설계하고, 학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현재 널리 쓰이는 딥러닝 프레임워크들은 대부분 엔비디아의 CUDA를 기반으로 짜여 있다. 따라서 AMD 그래픽카드로는 이런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킬 수 없다. 물론 애플은 개발자들을 위해 이미 개발된 훌륭한 딥러닝 모델들을 Create ML에 미리 탑재하고 개발자가 데이터를 준비해 맥 플랫폼에서 학습까지 수행할 수 있게 했지만, 모델을 직접 개발하거나 개량하고 싶은 사용자는 텐서플로우 등의 프레임워크로 모델을 디자인하고 이를 Core ML 모델로 변환시킨 뒤 학습하거나, 리눅스나 윈도우즈 플랫폼 컴퓨터를 따로 들여야 했다.
물론 신형 맥 프로에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게 된다면 추후 텐서플로우가 다시 macOS에서 GPU를 지원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굳이 비싼 값에 맥 프로를 사용해야 할 강력한 유인이 없다. 사실 필자가 이번 WWDC에서 기대했던 것은 애플이 오픈소스인 텐서플로우 코어에 기여해 macOS를 위한 텐서플로우를 메탈 기반으로 다시 작성하고, 애프터버너와 같이 딥 러닝 학습 전용 하드웨어(A12 Bionic에 들어간 뉴럴 엔진의 스케일 업 버전)을 내놓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기대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맥 프로가 모듈화되었기 때문에 전용 하드웨어는 언제든지 출시될 수 있고, 개발에 관련된 이야기에서 더 다루겠지만 애플이 머신러닝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기대를 접지는 않으려 한다. 그 외에도 벌써 애플의 MPX 모듈에 장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제품에 대한 소식(링크)이 들려오는데 맥 프로의 출시 시점에, 그리고 더 나아간 미래에 어떤 제품들이 맥 프로를 강화시켜 줄지도 기대가 된다.
5. 결론: ‘맥 프로’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애플이 ‘맥 프로’를 버릴 것이다. 더 나아가 ‘프로 시장'을 버릴 것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이다. 그리고 이번 WWDC에서 애플은 그렇지 않다고 외치며 새 맥 프로를 공개했다. 물론 옵션별 가격 정보를 포함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많고, 실제 사용자들에게 맥 프로가 인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맥 프로가 애플이 주장한 대로 멋지게 동작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애플이 오늘 공개한 정보만을 가지고도 애플이 프로 시장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애플은 영상편집 시장의 미래를 4K 이상의 초고해상도, HDR 영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4K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고, TV와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HDR에 대한 지원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HDR 컨텐츠의 보급은 본격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고해상도 HDR 컨텐츠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촬영, 편집, 배포의 모든 단계의 진전이 필요하다. 애플은 ProRes RAW를 통해 촬영 후 편집 단계에서 조금 더 다양하고 풍부한 색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링크). 거기에 애프터버너를 탑재한 맥 프로는 편집 단계에서 이런 ProRes RAW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애플이 맥 프로와 함께 6K 해상도에 HDR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데뷔시킨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맥 프로와 프로 디스플레이 XDR은 고해상도, HDR 영상 편집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텐츠들은 현재 막 시작되고 있는 5G 네트워크의 넓은 대역폭을 활용해 전송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이번 맥 프로로 고해상도, HDR 영상 편집 영역을 선점할 포석을 짜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애플의 이런 도전이 성공할지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