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에 이어폰 잭을 없앤다. 이르면 내년 가을 이후 출시될 모델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노트10이나 S11부터 이어폰 잭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USB-C 단자만 남게 될 것이고, 3.5㎜ 이어폰 사용자를 위해서는 별도 변환 잭이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USB-C는 데이터와 전력 전송에 활용되는 24핀 USB 단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하단 가운데에 있는 충전 포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어폰 잭이 없어지면 이 USB-C 단자를 이용해 유선으로 음악을 듣거나 무선인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
3.5㎜ 이어폰은 USB-C 포트에 바로 꽂을 수 없다. 3.5㎜ 이어폰을 쓰려면 별도의 변환 잭을 사용해야 한다. 삼성이 이어폰 잭을 없애면서 변환 잭을 함께 주려는 이유다. '스마트폰(USB-C)-변환 잭-3.5파이 이어폰' 형태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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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트9 하단부. 가운데 USB-C 타입 포트 오른쪽으로 이어폰잭이 달려 있다.(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일부 플래그십 모델에서 이어폰 잭을 없애려는 자세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설계상 이점과 무선 이어폰 보급 등을 종합해서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스마트폰 디자인은 경박단소로 바뀌는 추세다. 성능은 발전해야 하지만 전체 외형이 두꺼워지거나 커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얇고 가볍게 만들려고 한다. 최소한의 부품으로 최대 성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어폰 잭을 없애면 다른 부품을 배치할 공간이 확보된다. 새로 생긴 공간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신규 부품을 장착, 성능을 개선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설계상의 이슈 외에 최근 무선 이어폰 사용자층이 빠르게 확산되는 점도 이어폰 잭 삭제를 검토하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무선이어폰 시장 규모는 오는 2019년 7390만대, 2022년 1억대 돌파가 예상된다. 지난해 5190만대에서 2년 사이에 42%나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선 이어폰 사용 층이 확대될수록 이어폰 잭의 효용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삼성전자가 이어폰 잭을 없애려는 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해 늦은 편이다. 애플은 지난 2016년 아이폰7 시리즈 출시 때 이어폰 잭을 없앴다. 애플은 당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함께 내놨다. 출시 초기엔 사용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애플의 무선 이어폰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애플은 무선 이어폰까지 히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의 시도 이후 픽셀, 에센셜,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쓰는 스마트폰 제조사도 최신 모델에서 줄줄이 이어폰 잭을 제거했다.
길에 나가면 무선 이어폰 쓰는 사람이 꽤 많이 보이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