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화장실'의 비밀: 

오물 처리부터 재떨이까지

비행기, 알고 타는 것과 모르고 타는 것은 다릅니다.
오늘은 '비행기 화장실'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비행기 화장실, 언제 가는 게 좋을까?

밀폐된 공간에 갇히면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갇힌 공간에서는 불과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이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몸이 긴장하면서 땀을 흘리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곤 합니다. 
  
비행기의 크고 무거운 탑승구 문을 닫으면 비행기 안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 되기 때문이겠죠. 지상에서 10,000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긴장감을 높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띠 착용등이 켜지면 승객들은 ‘화장실 다녀올걸.’ 하고 후회하곤 하죠. 미리 화장실을 다녀온 사람도 착륙 전에 안전띠 착용등에 불이 들어오면 괜히 불안해지기 십상입니다. 거리가 짧은 국내선이라면 괜찮겠지만 장거리를 비행하는 국제선에서 화장실 가는 타이밍을 놓치면 도착할 때까지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안전띠 착용등이 언제 켜지고 꺼지는지 알 수 있다면 덜 불안하겠죠?

안전띠 착용등, 언제 켜지는가?

안전띠 착용등은 하강을 시작할 때 켜집니다. 착륙하기 위해 비행기가 하강하는 것은 보통 공항에 도착하기 30분 전입니다. 순항 중일 때는 구름 위를 안전하게 비행하지만 착륙하는 동안에는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기류가 좋지 않은 위험 공역으로 내려갑니다. 기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안전띠를 매야 하는 것이죠.

 따라서 도착 예상 시각 30분 전까지 화장실을 다녀오는 게 좋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을 기억해두는 게 좋겠죠?

조종사의 화장실은 어디 있을까요?

A380의 조종실

조종실 안에 화장실이 있을까요? 
정답은 의외로 단순한데, 조종실 쪽에 가까운 승객용 화장실이 바로 조종사가 사용하는 화장실입니다. A380 같은 초대형 비행기를 제외한 대부분 비행기에서는 조종사가 승객용 화장실을 같이 씁니다. 조종실 안에는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표시등이 있어 표시등이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을 간다고 하네요.

기내 화장실의 변기는 왜 내릴 때 큰 소리가 날까요?

우선 우리가 비행기에서 마시고,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물은 보통 비행기 중앙 또는 꼬리 쪽 아래에 물탱크에 보관합니다. 실린 물의 용량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선 중소형 비행기는 약 200~400L, 국제선 비행기는 약 500~1,200L 정도 되는데요. 초대형 비행기는 기체 중량 중 약 1.2t이 물의 무게인 것이죠. 
  
화장실에서는 물을 얼마만큼 쓸까요? 생각보다 적은데,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마다 200mL 정도 씁니다. 일반 변기보다 물을 눈에 띄게 적게 쓰는 것이죠.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화장실을 이용해봤으면 알다시피 변기 물을 내리면 큰 소리가 납니다. 오물을 물로만 내리지 않고 ‘진공흡인식’으로 내려보내기 때문인데요. 기체 내부와 외부의 압력차를 이용한 방법으로,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는 수도꼭지의 원리와 같습니다.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나오는 것처럼, 물탱크에 압축 공기를 보내 물이 나오게 하는 원리예요. 엔진 가동 시에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풍력을 이용하고, 엔진이 정지했을 때는 전용 공기압축기를 사용해 압축 공기를 보냅니다. 기내에서 사용된 화장실 오수는 오수 탱크에 저장되었다가 공항에 도착한 뒤 처리합니다. 비행기 밖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지요.

세면대나 갤리(조리실)에서 사용한 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 물은 워터드레인 홀이라는 구멍을 통해 배출합니다. 시속 1,000km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중에 배출된 수분은 순간적으로 공중에서 분산되기 때문에, 비가 되어 땅에 내릴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내 화장실에 재떨이가 있는 이유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점이죠. 기내는 금연인데 화장실에 왜 재떨이가 있을까요? 먼저 기내 금연을 시작한 항공사는 어디일까요? 
  
놀랍게도(?) 세계 최초로 1995년에 아시아나항공이 시작했습니다. 2000년에는 미국 연방항공청에서 기내 금연을 시행했고, 2002년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항공사를 마지막으로 모든 항공사가 기내 금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재떨이가 있는 이유는 기내 금연이라는 규정이 있더라도 흡연을 하는 승객 때문입니다. 몰래 흡연을 하게 되면 담배꽁초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버리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에 재떨이를 설치한 것이죠. 하지만 흡연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휴지통에는 온도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어 70~80도가 되면 자동으로 소화기가 작동한답니다. 
  
한편 비행기 정비사에게는 흡연이 좋은 면도 있었어요. 흡연을 하던 시절에는 담뱃재들이 날려 기내 여기저기 붙었는데, 기체 앞뒤에 있는 압력격벽의 균열에도 붙어서 정비사들이 균열을 쉽게 발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아주아주 작은 이점일 뿐, 기내 금연으로 승객과 기체가 더 안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