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핀
결혼식이 잦은 건, 고정된 꽃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관을 쓴 머리 뒤로 날아가는 부케 한철 꽃이 핀다는 건 수많은 핀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꽃들은
칸나는 여름내 열이 끓고 저녁을 헛디딘 엉겅퀴 머릿속이 따갑다
결혼식을 마친 신부 머리에서 한 줌도 넘는 핀이 나왔다 유행은 한철을 넘기지 못해 풀풀 내려앉는 머리카락 핀이 빠진 계절이 어느새 시든다
서둘러 허공을 시침하며 나비들이 날아오고 무릎을 접고 앉아 헐렁한 머릿속을 파고들면 풀숲이 한 뼘쯤 자란다 쪼그려 앉은 시간이 머릿속에 다시 핀을 꽂아도 풀썩 주저앉는 나의 키
늘 남아있는 두통은 언제쯤 고정된 것일까 크기는 달라도 꽃들은 통증의 용량이 비슷하다
- 시, '꽃들의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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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이 헐렁하면서도 꽉 차있습니다. 풀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올림머리가 풀어지듯 꽃은 져도 숲은 한 뼘쯤 자라있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지요. 탐스런 머리도 숱이 빠지고요.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느꼈던 통증도, 지는 통증에 비하면 기쁨일 겁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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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접하지 않는 분야지만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