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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조회 수: 55 PC모드
[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세월호' 선체가 참사 3년여 만에 다시 떠오른 가운데 한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뒤바뀐 자신의 인생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익명의 재학생 A씨가 전날인 23일 새벽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를 본 뒤의 소감을 글로 남겼다.
A씨는 "드디어 세월호 선체가 올라왔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그는 TV를 통해 물에 잠기는 세월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되는 것을 지켜본 A씨는 "그땐 몰랐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형, 누나들이 얼마나 아팠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슬퍼하게 될지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후 A씨는 비로소 슬픔을 체감하기 시작했을 때 희생된 '형, 누나들'이 느낀 고통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분개하고 울었다.
그리고 A씨는 고귀한 영혼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습실 벽에 노란 리본 하나를 붙여놓고 미친 듯이 공부했다"며 "그리고 2년 뒤에 석차를 뒤집고 지금 이곳 서울대에 왔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A씨는 즐겁게 동기들, 선배들을 알아갔고 여행도 연애도 하며 바쁜 나날을 살아왔다.
그러다 차가운 물속에 잠겼던, 수많은 한이 서린 '상처투성이' 세월호가 3년 여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 A씨는 다시 한 번 고등학교 때의 목표를 생각하게 됐다.
A씨는 "녹슬고 구멍 뚫린 그 배가 내게 '넌 무엇을 위해 서울대에 갔니?', '넌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온다"고 했다.
이 질문에 A씨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 형, 누나들이 슬픈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던진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한다.
그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잊어선 안 되지만 잊고 있었던, 울어선 안 되지만 울게 만드는, 침착하려 해도 울분에 휩싸이게 하는 그 무언가가 나를 이끌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 고귀한 영혼들을 헛되이 하지 않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형, 누나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끝으로 A씨는 "나중에 형, 누나들을 만나러갔을 때 제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 있도록, 웃으며 당신들을 볼 수 있도록,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삶이었다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당신들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문지영 기자 moonjii@insight.co.kr
잘보았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