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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낭송전
배롱나무 두 그루가
일주문처럼 서 있는 계남공원
잣나무 숲을 따라 세워진 난간에
틈틈이 모은 시화 몇 점 내다 걸었다
까치 이장이 깍깍깍 온 동네에 소식을 전하자
태양이 보낸 화환들이 여기저기에 배달되고
바람이 첼로의 낮은음으로 배경음악을 연주한다
잠시 후, 산토끼 부녀회장이
다람쥐 청설모와 함께 도착하고
포로롱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은 산새가 낭송을 자청한다
부녀회장은 턱에 손을 괴고 깊은 생각에 잠기고
청설모 신바람 나서 오르내리기 바쁘다
산새의 낭송이 끝나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다람쥐와 친구들
나뭇잎 풀잎 관객들도
그 시화전 한번 썩~ 괜찮다며
끄덕끄덕 수런수런 와와와
흐르던 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 김혜천, 시 '시화낭송전'
숲길을 걸으며, 참 아름다운 시월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곳곳이 시이고 그림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듬뿍 누려야겠습니다.